중동 불안 장기화시 韓경제·금융시장 충격 우려…당국 주시
환율 상승 조짐·亞증시 하락…호르무즈 해협 봉쇄 소식에 유가↑
"사태 길어지면 성장률 전망 수정해야"…"韓영향 제한적·K방산엔 기회" 견해도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송정은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격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가운데 한국 경제에도 어떤 파급이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불확실한 중동 정세가 국내 증시와 원/달러 환율에 변수가 되고 석유 가격을 비롯한 국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어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응책을 준비 중이다.
중동 사태로 인한 변동성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시장은 중동 불안이 달러 강세의 재료로 해석하고 있다. 2일 한국을 제외한 주요국 증시와 외환시장이 개장한 가운데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98.202로 전날보다 0.6% 정도 높은 수준이었다.
국민은행은 문정희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이민혁 이코노미스트 명의로 최근 낸 '미국·이란 충돌 국면과 향후 전개 시나리오' 보고서에서 중동 긴장이 길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이 1,470~1,500원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미국의 전쟁하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어떤 통화와 비교하는지에 따라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선진국 통화에 대해서는 달러가 약세이겠지만 신흥국이거나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통화는 오히려 달러에 대해 약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유가 우려가 크다.
이란이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이날 장외시장에서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주 금요일 종가보다 8∼10% 급등한 배럴당 80달러 안팎에 거래되기도 했다.
주 실장은 "한국은 원유 의존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 가장 높아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타격을 입는다"며 "(사태가) 장기화해 상반기 중에 끝나지 않는다면 최근에 올린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야 할 것 같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다만, 현재 정부가 파악하기로는 이 해협이 완전히 봉쇄된 상황은 아니라서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가 유가를 좌우할 전망이다.
정부는 비축유 방출 및 대체 물량 도입 등으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당국과 시장 참가자들은 3일 국내 증시 거래가 시작되면 이번 사태의 영향이 어떻게 드러날지도 주시하고 있다.
이날 장이 열린 아시아 주요 증시는 하락했다.
도쿄주식시장의 닛케이평균주가(225종, 닛케이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793.03포인트(1.35%) 떨어진 58,057.24에 장을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2% 가까이 내리고 있다.
주 실장은 정세가 불안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산을 현금으로 바꿔 본국으로 송환하려는 움직임이 생길 수 있다며 당장 국내 증시에는 하락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메네이 제거 작전 등을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웠던 것처럼 향후 중동 정세가 어떻게 바뀔지 단언하기 어려운 만큼 과도하게 불안감을 키우거나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오철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대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잘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에 비춰보면) "이란 수뇌부가 다수 살해된 상황에서 이란이 확전을 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적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증시에는 어느 정도 여파가 있겠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반도체나 K방산 쪽에서는 역으로 반사 이익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업계에서는 유가 등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도 꽤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변동성을 줄이고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방침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하메네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중동 상황점검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국제 유가 급등과 외환·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종합적 대비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등은 유가·환율·주식시장 모니터링 체계를 즉시 운영하고, 시장 안정 조치와 금융정책 수단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관계기관 합동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불확실성이 큰 만큼 관계기관이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등 유관기관과 함께 '비상대응 금융시장반'을 즉각 가동하고 필요하면 '100조원+α' 규모의 시장안정프로그램 등 금융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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