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사망] 후계자 누굴까…대혼란 속 분신급 라리자니 등 주목(종합)

입력 2026-03-01 10:57
수정 2026-03-01 11:32
[하메네이 사망] 후계자 누굴까…대혼란 속 분신급 라리자니 등 주목(종합)

헌법엔 3인 비상위 임시대행…'유고시 권한' 일부 인사들 사망

CIA "강경파 집권할 듯" 분석…팔레비 왕조 부활은 먼 얘기

"기존체제 지키려는 혁명수비대·군부 단일대오가 향후 변수"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누가 후계자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란의 공식적인 2인자는 대외적으로 국가원수와 행정부 수반 역할을 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지만, 행정부·입법부·사법부를 초월해 이란 이슬람공화국 신정체제 최고권력의 정점에 있는 최고지도자직을 자동으로 승계하게 돼 있지는 않다.

이란 헌법 제111조에 규정된 최고지도자 유고시 절차에는 대통령, 대법원장(사법부 수장), 그리고 '헌법수호위원회' 소속 고위 성직자인 이슬람 율법학자 등 3명으로 구성되는 비상위원회가 임시로 최고지도자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 중 일부 혹은 전부가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으로 사망했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란의 임시 최고 지도부가 앞으로 어떻게 구성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CNN 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 표적 중에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뿐만 아니라 페제시키안 대통령, 압둘라힘 무사비 이란군 참모총장,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알리 샴카니 국방위원회 사무총장 등도 포함돼 있었다.

이 중 샴카니 사무총장은 숨졌다는 게 이스라엘 측 주장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작년 6월 이스라엘과 '12일 전쟁'을 벌일 당시 은신 중이던 하메네이는 본인 유고시 신속하게 후계자가 될 수 있을 만한 후보자 3명을 거명했다.

NYT가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 6명과 성직자 2명으로부터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하메니이가 지목한 후계자 후보 3명은 골람호세인 모세니-에제이 대법원장, 아스가르 헤자지 최고지도자 비서실장, 이슬람공화국 초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손자이며 개혁파 소속 온건 성직자인 하산 호메이니였다.

이스라엘 측 발표에 따르면 이 중 헤자지 비서실장은 공습으로 숨졌다.

또 NYT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공습 전에 하메네이는 국가 운영 업무를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에게 위임했다.

NYT 취재에 응한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본인이 숨지거나 전쟁 와중에 연락이 끊길 경우에 대비해 정치 분야와 군사 분야의 소수 인사들에게 결정을 내릴 권한을 부여하고 주요 직책들에 대해 승계 순위자들도 지명해뒀다.

이 중에는 헤자지 비서실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최고지도자 특별군사고문인 야햐 라힘 사파비 전 이슬람혁명수비대 최고사령관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는 하메네이의 생전 계획일 뿐 최종적으로 누가 하메네이의 후계자가 될지는 현재 대혼란 속에서 가늠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란 이슬람공화국 현행 헌법상 최고지도자는 '전문가 위원회'라는 기구에 의해 심의를 거쳐 임명된다.

이슬람 율법에 "학식이 있는" 인사여야 한다는 자격요건이 있으며, 이는 실질적으로 시아파 고위 성직자 혹은 최소한 성직자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메네이가 사망하기 전까지는, 최근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제치고 하메네이의 대리 역할을 자주 맡아 온 라리자니가 하메네이 유고시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란 헌법은 최고지도자가 다른 사람에게 본인의 권한을 위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최근 수년간 러시아, 중국, 페르시아만 왕정 국가들 등과의 협상에서 하메네이의 대리자 역할을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한 경우보다 라리자니 사무총장이 한 경우가 오히려 더 많았다.

라리자니는 공습 후 "우리는 시온주의 범죄자들(이스라엘)과 비열한 미국인들이 이번 일을 후회하도록 만들 것"이라며 "용맹한 군인들과 위대한 나라 이란은 지옥에 갈 국제적 폭군들에게 잊을 수 없는 교훈을 가르쳐 줄 것"이라는 글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테헤란대 철학 교수 출신인 라리자니는 대학 학부에서 수학과 전산학을 전공한 후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사상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1958년생인 그는 2008년부터 2020년까지 국회의장을 맡았으며 4개 부처에서 장관직을 지냈고 이란혁명수비대(IRGC)에서 지휘관으로 복무한 경력도 있어 이란 통치체제 구석구석까지 영향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가족들도 각계각층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유력인사들이다.

그의 아버지는 아야톨라(시아파 고위 성직자)였으며 그의 장인은 1979년 이슬람 혁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유력 사상가였으며 혁명 지도자인 루홀라 호메이니의 오른팔이었다.

그의 남동생인 사디크 라리자니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대법원장을 지냈으며, 2018년 말부터 최고지도자 자문기구인 '국정조정회의'의 의장으로 재직중이다.

알리 라리자니는 한때 서방에서 '실용적 보수파'로 평가받던 인물이지만, 작년 말과 올해 초 이란에서 반정부시위가 격화했을 때 유혈 진압을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가 국회의장으로 있을 때 2015년 핵합의 비준을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등 전력으로 여전히 강경보수파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으며 실제로 보수파에 의해 대통령선거 출마를 봉쇄당하기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경보수파의 지지를 받을만한 인물로는 1961년생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현 국회의장이 꼽힌다.

갈리바프는 이슬람혁명수비대에서 라리자니보다 지지기반이 더 두텁고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이며 유력인사인 모즈타바 하메네이와도 가까운 사이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막후 실세 인사이며 일부 정치세력들이 최고지도자 후계자로 선호하는 인물이긴 하지만,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본인은 그 자리가 세습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군사작전으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하게 될 경우에는 혁명수비대 출신이나 다른 파벌의 강경파 인사가 집권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했다고 전했다.

이 분석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하메네이가 사망하기 전 최근 약 2주간에 걸쳐 이뤄졌다.

미국 폭스뉴스는 최고지도자 사망에 따른 혼란 와중에 이슬람혁명수비대가 단결을 유지하느냐, 내부 파벌 다툼으로 분열하느냐가 이란의 향후 진로를 결정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라고 전했다.

혁명수비대와 군부가 단일대오를 유지한다면 기존 이란 체제 지도부 인물들이 사망하더라도 고위 성직자 집단 내의 재편이나 군이 주도하는 통합을 통해 현행 권력구조가 대체로 유지될 수 있다.

만약 혁명수비대나 정규 군부 내에서 분열이 발생한다면 다른 정치적 경로가 열릴 가능성도 있으나, 현재로서는 그런 조짐이 보이지는 않고 있다.

현 체제를 대체할 세력도 마땅치 않다.

1960년생이며 이슬람 혁명으로 쫓겨난 왕의 아들인 레자 팔레비 전 왕세자는 이란을 떠나 해외 생활을 한 지 40여년이 흘렀으며 이란 내에서의 기반은 확실치 않다.

프랑스와 알바니아에서 활동하는 이란 반정부 조직 '이란 저항국민평의회'(NCRI)의 지도자인 1953년생 마리암 라자비는 임시정부 구성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이란군 내 '애국 인사'들의 행동을 촉구했으나, 이들 역시 이란 내 지지기반이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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