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도사업 역차별 우려" vs "외국인 관광객 불편 해소"

입력 2026-02-27 15:53
수정 2026-02-27 15:57
"국내 지도사업 역차별 우려" vs "외국인 관광객 불편 해소"

구글 정밀지도 반출 놓고 이해관계 충돌…네카오 플랫폼 비상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정부가 구글에 고정밀 지도 반출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국내 지도 산업 보호와 관광 편의 증진을 둘러싼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지도 사업자들은 역차별은 물론 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반면 관광·학계 일각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 해소와 디지털 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국내 IT 업계 우려 제기…관광업계는 긍정적 분위기

국내 IT와 공간정보 업계에서는 이날 정부 결정에 '규제와 세금 부담 없는 외국 기업에 특혜를 준 것'이라는 성토의 목소리가 나왔다.

굴지의 글로벌 IT 기업이 국내 기업과 동일한 규제와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경쟁하게 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국내 한 업계 관계자는 "규제와 책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해외 사업자와 동일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역차별"이라며 "동일한 조건과 환경 속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정밀 지도는 한번 해외로 반출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가 국내 공간정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고 관련 업체와 학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지 않은 채 반출 결정을 내린 점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구글이 고정밀 지도 반출 없이는 길찾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낮다고 주장한다.

지도 축척과 관계없이 기술 개발과 투자로 충분히 서비스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가 안보와 정보 주권 차원에서 우려를 제기하는 일부 시각도 있다.

국가기본도는 매년 갱신되며 보안 지정이 변경될 경우 국내 업체는 즉시 반영할 수 있지만, 해외로 반출된 데이터는 동일한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지도 데이터가 단순한 내비게이션을 넘어 광고는 물론 물류와 자율주행, 확장현실(XR) 등 다양한 산업의 기반이라는 점도 국내 IT 업계가 우려하는 요인이다.

특히 구글이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와 AI 기능을 결합할 경우 국내 기업보다 빠르게 시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구글이 국내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면 반출 없이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에도 이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한국에 데이터센터도 짓지 않고 국내 IT 기업보다 법인세도 훨씬 적게 내는 기업"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내 지도 시장까지 잠식할 수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구글이 필요성을 주장한 1:5천 국가기본도는 정부 분류 기준상 '대축척 지도'로 오히려 정밀도가 높은 지도에 해당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반면 관광업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한국 방문의 편의성을 높이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석호 데이트립 대표는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겪었던 가장 큰 불편이 해소되면서 한국이 더욱 접근하기 쉬운 관광 국가로 거듭날 것"이라며 "여행·공간 산업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지도 데이터 개방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정책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승규 창원대 교수는 "디지털 고립을 해소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곽정호 호서대 교수는 "공간정보 산업의 매출 증가와 고용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 19년 '정밀지도' 논란 종식될까…미래 지도사업 경쟁 심화 전망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19년간 이어진 정밀지도 논란이 종식될지도 주목된다.

정밀 지도 문제는 구글이 우리 정부 기관에 국내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앞서 정부는 2007년과 2016년 국가안보상 이유로 구글에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불허한 데 이어, 지난해 2월 같은 요청을 받고 같은 해 세 차례(5·8·11월) 결정을 연기했던 바 있다.

구글은 작년 9월 정부의 조건을 일부 수용한다고 밝혔고, 지난 5일 정부에 보완 서류를 제출했다.

애플도 우리 정부에 국내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청한 상태다.

정부가 구글에 허가를 내리면서 애플에도 고정밀 지도 반출을 승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이렇게 되면 국내 미래 지도사업을 둘러싼 국내외 플랫폼 기업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035720]는 고정밀 지도와 같은 중요 공간 정보가 외국 빅테크에 반출될 경우 관련 사업에도 지장이 있지 않을까 우려해 왔다.

다만,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인구밀집도가 높고 인프라 시설이 비교적 잘 구축된 한국에 특화한 지도 사업을 수십년 간 이어온 만큼 구글과 애플이 지도 사업에서 단번에 우위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학계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의 배경에 미국의 통상 압력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정부가 한국의 지도 데이터 반출 제한을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비판해 온 만큼 관세 등 통상 문제와 연계됐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합대학 학장은 "정부는 그간 국가안보를 이유로 구글의 요구를 미뤄왔지만 미국 정부의 관세, 통상 압력은 갈수록 거세졌다"며 "미국 정부의 압력을 교묘하게 활용한 구글 측의 승리"라고 말했다.

정장훈 한성대 교수는 "안보 우려와 통상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한 정책"이라면서도 "향후 데이터 접근 방식과 형평성 설계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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