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곡가 김형석 "AI시대 지속가능한 한류, 교육에 답있다"
"어떤 질문 던질지가 중요한 시대…어떤 분야든 프로듀서·리더 돼야"
"아이들이 자아와 본질 찾도록 하는 교육 추구"
(옥스퍼드=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인공지능(AI) 시대 K-팝 너머는 무엇인가 생각했을 때 교육의 영역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AI 시대엔 답을 내기보다 그 과정,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가 중요합니다. K-팝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내가 프로듀서, 리더가 돼야 하는 거죠."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와 K-컬처 교육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한 작곡가 겸 프로듀서 김형석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한류 기반의 국제 교육을 추구하게 된 계기로 K-팝의 지속 가능성과 AI 시대라는 두 가지 화두를 나란히 꼽았다.
그는 지난 12일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 정치국제관계학부 산하 '옥스퍼드 캐릭터 프로젝트'와 예술 분야의 인성·리더십 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옥스퍼드에서 한국학 연구를 주도하는 지은 케어(한국명 조지은) 아시아중동학부 교수, 이학준 연구원을 통해 옥스퍼드와 맺어온 인연이 연결고리가 됐다.
옥스퍼드 캐릭터 프로젝트는 다양한 부문에서 현명하고 윤리적이면서 영향력 있는 리더를 양성하는 걸 목표로 한다. 김형석의 지향점 역시 K-팝 아티스트를 위한 교육을 넘어 예술과 인문학, 철학, 기술을 한데 아우르는 교육이다.
그 배경에는 AI로 1분도 되지 않아 곡을 만들어내는 시대의 도래가 있다. 예전 같은 의미의 작곡가, 프로듀서는 더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불완전하기에 AI와 다른 인간의 본질, 인간만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한 현실은 K-팝뿐 아니라 다른 예술 분야, 나아가 어떤 산업 부문에든 해당한다.
"뭘 표현하고 싶은지 어떤 도구를 써서 어떤 서사를 만들어내려는 건지 그걸 알려면 변하지 않는 진리에 기반을 둬야 하죠. 인간이 자기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철학과 인문학을 배워 내 자아와 의식, 본질을 찾아야 AI를 도구로 쓸 수 있어요. 그런 무겁고 어려운 공부를 K-팝을 통해 한다면 아이들이 즐겁게 겪어내지 않을까요?"
그는 아티스트와 팬이 플랫폼을 통해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K-팝이야말로 AI 시대에 가장 걸맞는 엔터테인먼트 영역이라고 봤다. 이를 통해 인성·리더십 교육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젝트와 다리를 놓아준 케어 교수도 새로 개발될 교육과정을 'K-팝을 밑밥으로 하는 새로운 인문학 교육'이라고 소개했다. 한류의 사회적 영향력이 이미 국경을 넘었고, 지속 가능한 한류가 되려면 어떻게 할지 답은 교육에 있다는 것이다.
"K-팝 아티스트가 세상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이 굉장히 큰데, 그것이 선한 영향력이 되려면 그들이 인성·리더십 교육을 받고 자라야죠. 옥스퍼드대로선 새로운 인문학 교육의 패러다임을 추구하는데 K-팝이 좋은 계기가 되고요. 옥스퍼드와 함께하면서 K-팝을 오래 가는 레거시(legacy·유산)로 만들 수 있게 될 거예요. 인문학 교육과정이란 한국에선 실험적일 수 있지만, 잘되면 한국 교육에도 좋은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K-팝에 기반을 둔 청소년 인문학 교육과정은 일종의 운영체제(OS)를 만드는 일로, 그 플랫폼이 돼줄 학교가 언제, 어디에 생길지의 큰 숙제가 남는다. 김형석은 추진하는 학교에 '키사스'(KISAS·Korean International School of Arts and Sciences)라는 이름을 붙이고 학교 신설, 기존 학교와 협력 등 여러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입시 위주의 경쟁적 교육판에서 자리를 잡는 일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젊은 부모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누군가가 트리거(trigger, 계기)가 돼 풀어주기를 바라죠.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갈망은 있는데 실제 시도는 별로 없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돌을 먼저 던지고 싶은 거죠. 저도 13살 딸이 있어 부모로서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반영해 미래 계획을 짜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습니다."
국제 교육은 극소수를 위한 엘리트 교육이라는 선입견에 갇힐 위험도 있다. 케어 교수팀의 이학준 연구원은 "AI를 다룰 수 있는 기본적 휴머니티, 생각하는 근육을 길러주는 교육을 하자는 것"이라며 명문대 입시를 위한 교육과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히트곡 제조기'란 별명으로 수십년간 활동하며 1천400여 곡을 남긴 K-팝 대선배로서 김형석은 K-팝과 한류의 미래를 어떻게 볼까. 그는 이 질문에 다시 K-팝의 진짜 가치를 들어 긍정적으로 답했다.
"중독성 강한 후렴구, 따라 하기 쉬운 춤을 떠나 K-팝의 가치는 결국 커뮤니티입니다. 아티스트와 팬이 수평적인 관계를 이루고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상호 보완합니다.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진화했다가 이제는 AI를 통해 갖고 노는 음악으로 가고 있어요. 그럼 커뮤니티, 팀이 강력한 음악이 돼야 한다. 그렇게 봤을 때 K팝은 '비욘드'(beyond, 너머)로 갈 수 있을 겁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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