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용병단 바그너그룹, 우크라전→유럽 파괴공작 작전 전환"
프리고진 사망 뒤 표류하다 '유럽 내 공작원 모집' 주력
돈주고 소외계층 포섭…사회혼란 조성·우크라 지원의지 약화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에서 모집과 선전 업무를 담당하던 인사들이 유럽 내 파괴공작원 모집에 나섰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그너 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때 상당한 역할을 했으나 창립자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023년 6월 반란을 일으켰다가 제거된 이래 입지가 약화되고 역할이 불확실해졌다.
FT는 서방 측 정보 관계자들을 인용해 요즘 바그너 그룹 출신 인사들이 러시아군 정보기관 GRU의 지시를 받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내에서 파괴행위를 할 공작원들을 모집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모집 대상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유럽인들이다.
GRU와 러시아 국내 정보기관 FSB 등은 최근 유럽에서 '여차하면 버릴 수 있는' 공작원들을 유럽에서 모집해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2년간 서방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약화시키고 사회 혼란을 조성하기 위해 유럽 전역에 걸쳐 파괴공작 시도를 확대해왔다.
그러나 유럽연합(EU) 국가들의 러시아 외교관 추방을 여러 차례 벌이고 러시아의 비밀공작원 수가 줄어들면서 러시아가 대리인들을 활용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특히 GRU의 주문을 받아 바그너 그룹이 모집한 공작원들은 정치인들의 자동차나 우크라이나에 지원될 물품들이 보관된 창고에 불을 지르는 일로부터 나치 선동가로 가장하는 일까지 다양한 일을 해왔다.
이런 공작원들은 대개 돈이 목적이며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인 경우가 많다.
모집은 주로 텔레그램 채널 등 소셜 미디어와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이뤄진다.
러시아가 2023년 말에 영국인들을 포섭해 방화사건을 저지르도록 했을 때도 바그너 그룹의 소셜 미디어 계정들이 활용됐다.
이렇게 포섭된 이들 중 딜런 얼은 다른 영국 청년 4명을 추가로 포섭하고 2024년 3월에 런던 동부의 한 창고에 방화한 혐의로 작년에 23년형을 받았다.
모집에 여러 단계를 거치는 이유는 러시아 정보기관들이 자신들과 공작원들 사이에 최소한 2단계의 중간 단계를 둬서 언제든지 발뺌할 소지가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FT는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 정보기관들이 사회에 불만이 많은 현지 일반인들을 대리인으로 모집해 파괴공작에 투입하면 역량이나 비밀 유지 능력은 현격히 떨어진다는 게 서방 측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FSB는 러시아와 비교적 가까운 나라들에 있는 러시아인 공동체들과 범죄조직들을 공작원 포섭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대규모 모집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서방 측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FT에 설명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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