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종전 중재 와중에 이례적으로 '러 앞마당' 찾은 밴스

입력 2026-02-12 09:58
트럼프 종전 중재 와중에 이례적으로 '러 앞마당' 찾은 밴스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에 미 최고위급 첫 방문…이란 견제 효과도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순방을 두고 러시아와 이란 견제를 노린 이례적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지난 9일 아르메니아를 찾았다.

하루 뒤인 10일에는 옆 나라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했다. 앙숙이었던 두 나라 정상이 지난해 8월 백악관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는 앞에서 평화선언에 서명한 터라 후속 조치를 챙기는 차원의 순방이었다.

평화선언 서명 당시 합의됐던 '국제평화와 번영을 위한 트럼프 루트'(TRIPP) 계획이 대대적으로 홍보됐다. 구소련 시절의 낡은 철도를 대체하는 사업이다.

어찌 보면 크게 특별할 것 없어보이는 밴스 부통령의 방문이 눈에 띄는 것은 그간 러시아의 세력권으로 분류돼 온 이 지역에 미국의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방문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남캅카스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끼어 위로는 러시아, 아래로는 이란 및 튀르키예에 접한 지정학적 요충지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구소련에 속해 있었던 탓에 러시아의 앞마당으로 분류돼 왔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주력하느라 주변국을 챙길 여력이 없는 사이에 점점 러시아와 거리를 두는 분위기였다.

이런 와중에 밴스 부통령이 이례적으로 직접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을 찾아 경제협력을 약속하면서 러시아로서는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제르바이잔의 전문가 마하마드 마마도프는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에 대해 러시아는 각자의 세력권을 인정하자는 의미로 이해하고 기대했을 것"이라면서 밴스 부통령의 순방으로 러시아가 타격을 입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밴스 부통령의 이번 순방이 신경 쓰이는 것은 미국과 핵협상 중인 이란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스라엘과 가까운 아제르바이잔이 미국과 밀착하면서 서방 친화적 행보에 나서는 것이 이란에는 부담이다.

TRIPP 역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튀르키예를 연결하면서 러시아와 이란은 비껴가는 식으로 설계됐다.

미국이 이란과의 핵협상 와중에 남캅카스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이란을 견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다만 피비린내 나는 영토 분쟁으로 얼룩진 이 지역에 깊이 발을 들이는 것이 미국에 장기적으로 유리할지는 불분명하다.

2023년 9월 아제르바이잔의 대대적 공습으로 니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사실상 점유하던 아르메니아계 주민 대부분이 피란길에 올랐다. 당시 아르메니아의 항복으로 일단락된 오랜 갈등을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선언을 중재한 것처럼 포장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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