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꾸는 신약 개발, 한국은 왜 더디나
후보물질 이후 임상·생산 단계 AI 활용 미흡
의료 데이터 접근성·공유 한계가 발목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올해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인공지능(AI) 활용 방식이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후보물질 탐색 단계를 넘어 신약 개발 전 과정에 AI를 사용하고 빅테크와 협업해 AI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관건이다.
1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AI 활용 자체는 더 이상 우리나라 기업에 낯선 개념이 아니다.
대웅제약[069620]은 AI 신약 개발 시스템 '데이지'로, JW중외제약[001060]은 AI 플랫폼 '제이웨이브'로 신약후보물질을 탐색하고 있다.
셀트리온[068270], 삼성에피스홀딩스[0126Z0], SK바이오팜[326030] 등 주요 바이오 기업도 AI로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AI 사용 범위가 아직 후보물질 발굴 수준에 머무른다는 점이다.
신약 개발 과정은 크게 후보물질 탐색, 전임상, 임상, 허가, 생산으로 나뉜다.
AI는 후보물질 발굴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지만, 이후 남은 과정에서도 AI 도입을 확대해야 신약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글로벌 빅파마는 임상 시험 최적화, 생산 관리 등 신약 전주기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면역항암제 등 임상실험에 AI 바이오텍 이뮤나이의 AI 플랫폼을 활용한다.
인간 면역세포 데이터를 학습한 AI로 환자 반응을 예측하고 용량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노바티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해 임상 설계부터 임상 진행 관리에까지 AI를 사용한다.
로슈 역시 디지털 병리 AI로 조직 슬라이드를 분석해 임상시험 환자를 선별하고 반응 예측용 바이오마커를 활용하고 있다.
화이자는 의약품 생산과 품질 관리에 AI를 쓴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백신을 만들 때도 AI를 동원해 개발 기간을 약 10개월로 단축했다.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빅테크와의 협력도 필요하다.
일라이 릴리는 엔비디아와 향후 5년간 최대 10억달러를 공동 투자해 AI 신약 개발연구소를 설립한다.
이 연구소에는 양사 과학자와 AI 개발자, 엔지니어 등이 상주하며 엔비디아의 '바이오 네모'를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바이오 네모는 신약 개발을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성형 AI 플랫폼이다.
노바티스도 구글이 설립한 신약 개발 기업 아이소모픽과 함께 저분자 화합물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화이자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활용한 AI 플랫폼 '복스'를 활용해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AI 신약이 활성화하려면 의료 데이터 접근성 강화부터 전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약·바이오 분야 데이터는 제대로 공유 및 구조화되지 않아 AI 활용도를 저해하는 요인을 갖고 있다. 개인정보 문제 및 AI 알고리즘과 관련한 윤리적 이슈 등 현실적 어려움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도 글로벌 빅파마가 AI를 게임체인저로 지목하지 않았느냐"며 "올해를 기점으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AI를 본격 활용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hanj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