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엡스타인 연루 고위 외교관 부부 수사 착수
현지 언론 "엡스타인, 부부 자녀에 1천만 달러 유산 남겨"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노르웨이 경찰이 미국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정황이 드러난 고위 외교관 부부를 상대로 가중 부패 혐의로 수사를 개시했다고 로이터,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노르웨이 경찰 경제범죄 조사단 오코크림은 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모나 율(66), 테르예 로드-라르센(78) 부부에 대한 조사가 지난 주 시작됐으며, 이들과 증인 1인의 주거지를 이날 각각 압수 수색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부부는 역사적인 오슬로 협정으로 이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의 비밀 협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외교가 거물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1993년 체결된 오슬로 협정을 통해 서로를 공식 인정한 바 있다.
노르웨이 언론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유언을 통해 이들 부부의 두 자녀에게 1천만 달러(약 145억원)의 재산을 남기는 등 부부와 생전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오코크림은 "범죄 행위가 있었는지 판단하기 위한 조사가 시작됐다"며 "무엇보다 모나 율이 직위와 관련해서 이득을 취했는지를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주 영국, 주 유엔 대사 등을 거쳐 요르단·이라크 주재 대사를 맡고 있던 율은 엡스타인과 연루 의혹이 일자 대사직에서 사퇴했다고 노르웨이 외교부는 지난 8일 발표했다.
에스펜 바르트 아이데 외무장관은 "율 대사가 (성범죄)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 엡스타인과 친분을 유지한 것은 심각한 판단 착오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르웨이 외교부는 미 국무부의 엡스타인 파일 추가 공개로 줄 대사와 엡스타인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이 일자 내부 조사를 진행하며 이미 그의 직무를 일시 정지한 상황이었다.
앞서 노르웨이 경찰은 지난 주에는 엡스타인과 연루 의혹을 받는 토르비에른 야글란 전 총리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야글란은 1996~1997년 총리를 지냈으며 2009~2019년 유럽평의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명망 있는 정치가다. 2009~2015년에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노벨위원회 의장을 맡기도 했다.
메테마리트 노르웨이 왕세자빈도 엡스타인과 친분을 쌓은 정황이 적나라한 메시지를 통해 드러나며 도마에 오르는 등 엡스타인 사후에 공개된 파일은 왕실부터 정·관계까지 노르웨이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한편,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는 의혹을 받고 있는 노르웨이 인사들과 엡스타인이 맺은 관계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하기 위해 의회가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 이날 지지를 표명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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