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후폭풍' 英 총리 비서실장 사임…스타머 압박 지속
'총선 공신' 맥스위니, 맨덜슨 주미대사 추천 책임
프랑스 前문화장관, 엡스타인 연루로 공공연구소 사임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미국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문건 추가 공개의 여파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비서실장 모건 맥스위니가 사임했다.
맥스위니는 8일(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피터 맨덜슨 임명 결정은 잘못된 것이었다"며 "나는 총리에게 임명을 조언했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진다"고 밝혔다.
집권 노동당의 중견 정치인 피터 맨덜슨 전 산업장관은 최근 미 법무부가 추가 공개한 엡스타인 파일에서 엡스타인으로부터 거액 수령, 정부 내부 정보 유출 등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엡스타인과 친분을 알면서도 맨덜슨을 주미 대사로 임명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맨덜슨을 추천한 맥스위니를 경질하는 것을 넘어 결정권자인 스타머 총리 본인이 물러나야 한다는 압박을 당 안팎에서 받아 왔다.
맥스위니는 2024년 7월 4일 총선 전략을 짠 선거전략가로서 노동당 압승을 이끈 일등 공신으로 꼽혔고, 같은 해 10월 스타머 총리의 첫 비서실장 수 그레이가 맥스위니와 갈등설 속에 사임하면서 비서실장이 됐다.
스타머 총리는 그의 사임 발표 이후 낸 성명에서 "그의 헌신과 리더십으로 우리는 선거에서 압승했다"며 "우리 당과 나는 그에게 빚을 졌고, 나는 그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맥스위니가 '전적인 책임'을 진다며 물러났으나 스타머 총리의 위기가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 보수당의 케미 베이드녹 대표는 "형편없는 결정을 한 총리가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우익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도 "5월 선거에서 노동당의 참패 이후 스타머도 곧 뒤따를 것"이라고 소셜미디어에 썼다.
무엇보다 총리 자리를 위협하는 당내 하원의원들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일간 더타임스는 보수당의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 총리 등이 위기 때 비서실장을 희생시켜 총리 자리를 지키려 했으나 오히려 명만 재촉한 전례가 있다며, 당내 의원들의 불만이 큰 스타머 총리의 운명도 맥스위니 사임으로 바뀌지 않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프랑스에서도 엡스타인 후폭풍이 이어지며 자크 랑 전 문화장관이 공공 연구기관인 아랍세계연구소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AP, AFP 통신이 전했다.
2013년 회장으로 취임했던 랑 전 장관은 엡스타인 연루 의혹으로 이 연구소를 감독하는 프랑스 외무부에 9일 출석할 예정이었다가 8일 밤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무부도 그의 사임을 확인했다.
엡스타인 파일에 랑 전 장관의 이름은 여러 차례 등장한다. 프랑스 금융검찰청(PNF)은 랑 전 장관과 영화제작자인 그의 딸 카롤린에 대해 탈세, 자금 세탁 혐의로 예비 수사를 개시했다. 랑 전 장관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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