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당국 물밑 총력전…美 관세 관보 게재 막고 유예 확보 사활
김정관 장관, 러트닉과 워싱턴 이틀 면담 뒤 귀국 직후 화상 회의
여한구 본부장, 다음 주 USTR과 추가 협의…"관보 게재 저지가 최선"
(영종도=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필두로 한 통상 라인이 미국의 기습적인 관세 인상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나란히 미국을 방문해 숨 가쁜 설득 작업을 펼친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귀국 후에도 미국 측과 물밑 협의를 이어가며 관세 인상의 공식화 절차인 미국의 관보 게재를 막고 유예 기간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5일 산업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최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화상 회의를 갖고 한미 간 기존 관세 합의를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전달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양국 간의 민감한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회의 내용이나 가시적인 진전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우리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은 점을 문제삼아 한국에 대한 관세를 다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갑작스레 불거진 '관세 위기'에 캐나다 출장 중이던 김 장관은 지난달 28일 밤 워싱턴DC로 급파돼 현지에서 러트닉 상무장관과 이틀 연속 만나 미국 측 진의를 파악하고 한국 측 입장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달 31일 귀국한 김 장관은 워싱턴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러트닉 장관과 화상 회의를 열어 물밑 협의를 이어갔다. 미국 정부가 관세 인상을 확정 시행하기 위한 관보 게재 준비에 착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관세 인상 적용 시기 등이 최종적으로 결정된 단계는 아닌 만큼 끝까지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지난 3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따로 만나대(對)한국 관세 인상을 철회 또는 보류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라인의 또 다른 축인 여 본부장 역시 지난달 29일 미국으로 출국해 이날 귀국할 때까지 장시간 미국에 체류하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의회, 주요 싱크탱크를 접촉하며 대미 설득전에 나섰다.
여 본부장은 카운터파트인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는 일정이 어긋나 이번에 만나지 못했지만 USTR 부대표를 포함해 국장급 등 다양한 레벨에서 세 차례에 걸쳐서 심층적인 협의를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리어 대표와는 최근 3주 동안 5차례 대면 접촉을 해왔다며 다음 주에도 USTR과 계속 협의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외교 라인까지 총동원해 미국 측과 통상 협의를 펼쳤지만 관세 문제에 대한 합의는 아직 도출되지 않았다.
여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의 명분으로 삼은 입법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4일 특위 구성에 합의했다. 일정대로라면 대미투자특별법은 늦어도 다음 달 초 특위 의결을 마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그때까지 관보 게재를 보류해달라고 미국 정부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설령 관보 게재가 강행되더라도 실제 관세가 적용되는 시점만큼은 법안 처리 이후로 유예시키는 데 역량을 쏟고 있다.
여 본부장은 "중요한 것은 관보 게재가 되더라도 관세 인상 시점이 즉시인지 아니면 1개월에서 2개월 정도 여유를 두는지 여부"라며 "우리에게는 아직 협의할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미측과 계속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최대한 국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론이 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기본 입장은 "한국의 선의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관보 게재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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