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핵안보 어깨 나란히 했는데…러, 뉴스타트 종료에 씁쓸
5일자로 핵군축 협정 종료…CNN "러시아 초강대국 지위 약화 상징"
경제력 압도적인 美 상대로 무제한 군비 경쟁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미국과 러시아 간 전략 핵무기를 제한하는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만료가 러시아의 초강대국 지위 약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10년 4월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체결한 뉴스타트는 양국의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천550기로 제한하고, 러시아를 미국과 동등한 안보 파트너로 대우하는 효과를 냈다.
이 같은 뉴스타트가 그리니치 표준시 기준 4일 자정(한국시간 5일 오전 9시) 만료되면서 워싱턴과 모스크바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는 영토와 경제력, 국제정세 영향력 등 많은 것을 잃었다.
하지만 미국과 대등한 수준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동안 국제 외교 무대의 '상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가 핵시설 사찰을 거부하는 등 조약을 위반했다며 연장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러시아가 지난해부터 뉴스타트 연장을 제안해온 반면, 미국은 중국과 같은 신흥 핵 강국을 포함한 새로운 다자 조약을 원하고 있어 러시아와의 양자 조약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조약이 만료되면 만료되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러시아는 노골적인 불안감을 드러냈다.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은 "지구 종말 시계가 빨라질 것"이라며 "즉각적인 핵전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역시 "세계 최대 핵보유국인 두 나라가 통제 장치 없이 남겨지는 것은 세계 안보에 매우 나쁜 신호"라며 미국의 침묵을 비판했다.
러시아의 이 같은 반응은 단순한 안보 우려 이상인 것으로 해석된다.
CNN은 "러시아 입장에서 뉴스타트는 소련 시절의 위상을 과시할 수 있는 마지막 무대였다"며 "조약이 종료되면 러시아는 경제 규모와 국방 예산이 압도적으로 큰 미국과의 '무제한 군비 경쟁'에 내몰리게 된다"고 전했다.
조약 종료로 러시아는 향후 미국의 핵전력 증강을 사실상 제약 없이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냉전 시절 구상이었던 핵무장 전함, 이른바 '트럼프급 전함' 건조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CNN은 뉴스타트 조약의 종료가 미·러 양국만을 중심으로 한 '초강대국 핵군축 시대'의 종말일 뿐 아니라, 미국이 핵무기 제한 자체를 수용하던 시대의 마감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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