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총선 D-3, 진보-보수-포퓰리즘 3파전 치열…선거후 연정 전망
'의석 제1당' 진보성향 국민당, 지지율 선두지만 단독 과반 어려울듯
'지지율 3위' 집권 보수 품짜이타이당, '2위' 탁신 가문 프아타이당 등 합종연횡 가능성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태국 차기 정권을 출범시킬 조기 총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진보 성향 국민당, 현 집권당인 보수 품짜이타이당, 직전 집권당으로 탁신 친나왓 전 총리 계열의 포퓰리즘 정당인 프아타이당 등 주요 3당의 치열한 3파전이 벌어지고 있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어느 정당도 의석 과반 확보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선거 이후 연립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각 정당의 복잡한 이합집산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 국민당 지지율 1위…단독 과반은 '난망'
5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AFP 통신 등에 따르면 오는 8일 하원 의원 500명을 뽑는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공개된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당은 품짜이타이당, 프아타이당과 지지율 격차를 조금씩 벌리면서 선두 자리를 굳힌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 국립개발행정연구원(NIDA)이 지난달 23∼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당 지지율은 34.2%로 연초(30.5%)보다 소폭 상승했다.
품짜이타이당은 같은 기간 22.3%에서 22.6%로 큰 변동이 없었으며, 프아타이당은 16.2%를 나타냈다.
총리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도 정보기술(IT) 업계 경영진 출신인 낫타퐁 르엉빤야웃(39) 국민당 대표가 29.1%로 품짜이타이당의 아누틴 찬위라꾼(60) 현 총리(22.2%)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태국 수안두싯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낫타퐁 국민당 대표가 35.1% 지지율로 21.5%를 얻은 욧차난 웡사왓(47) 프아타이당 총리 후보를 앞섰다. 아누틴 현 총리는 16.1%로 3위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국민당은 36%로 2위 프아타이당과 3위 품짜이타이당을 앞섰다.
다만 현 지지율 추세대로면 한 정당의 단독 과반 가능성은 희박해 연정 수립 협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국민당, 2023년 '실패' 교훈 발판 삼아 집권 재도전
현재 의석 수 제1당인 국민당은 2020년 정당법 위반으로 해산된 퓨처포워드당(FFP), 2024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역시 해체된 전진당(MFP)의 후신이다.
2023년 5월 총선에서 전진당은 왕실모독죄 개정 등 파격적인 공약을 앞세워 최다 의석을 얻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보수파의 반대로 의회의 총리 선출 투표를 통과하지 못하고 집권에 실패, 품짜이타이당 등과 손잡은 2당 프아타이당의 집권을 그저 지켜봐야만 했다.
게다가 이듬해인 2024년 왕실모독죄 개정 추진을 입헌군주제 전복 시도로 간주한 헌재의 해산 명령으로 당이 사라지고 지도부 인사들의 정치 활동도 10년간 금지되는 시련을 겪었다.
국민당은 도시 지역·청년층의 강력한 지지를 업고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지만, 이번 총선에서 1당이 되더라도 집권에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보수 세력의 비토로 과반 의석을 위한 연정 파트너를 모으는 데 실패한 2023년 경험이 이번에도 되풀이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당은 선거운동에서 왕실모독죄 개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전진당 시절과 같이 군부·대기업을 직접 공격하는 표현을 자제하는 등 수위 조절에 나섰다.
또 당 지도부에 전직 공무원과 기술관료 등을 더 많이 기용하고 건전한 경제 관리와 행정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보수 세력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도 국민당이 연정 파트너를 찾아 집권할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해 보인다고 태국 싱크탱크 '타일랜드 퓨처'의 나뽄 자뚜시삐딱 정치지정학센터 소장은 블룸버그에 밝혔다.
나뽄 소장은 "과거 왕실모독죄 개정과 기타 개혁 의제 추진에 대한 국민당의 입장을 고려하면 태국 보수 기득권층은 국민당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정부를 용인할 가능성이 작다"고 관측했다.
◇ 아누틴 총리, 노련한 협상력 무기로 연임 노려
현 3당인 품짜이타이당은 작년 8월 프아타이당 연정의 패통탄 친나왓 총리가 헌재의 해임 판결로 물러난 뒤 하원의 총리 선출 투표에서 아누틴 대표가 당선돼 집권에 성공했다.
이는 진보 성향인 국민당이 제시한 개헌 추진, 의회 조기 해산 등의 제휴 조건을 보수파인 아누틴 총리가 받아들인 '적과의 동침' 결과였다.
아누틴 총리는 앞서 2023년 총선 이후 프아타이당 집권 연정에도 참여, 부총리 겸 내무부 장관으로 일했다.
이처럼 필요하면 어떤 정당과도 협력할 수 있는 아누틴 총리의 노련한 협상력은 재집권을 노리는 그의 큰 힘이다.
지난해 태국-캄보디아 국경 지대 교전 사태로 민족주의적 열기가 고조되면서 군부와 보수 세력의 인기가 높아진 것도 아누틴 총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당선에 유리한 곳으로 당을 갈아탄 현역 의원이 최소 91명에 달한 가운데 이 중 64명이 품짜이타이당, 21명이 품짜이타이당과 동맹 관계인 끌라탐 당으로 각각 향한 것도 아누틴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태국 건설 대기업의 오너가 출신인 아누틴 총리는 최근 재산 신고 기준으로 1억2천400만 달러(약 1천810억원)의 자산을 보유, 자금력 면에서도 탁신 전 총리의 프아타이당과 경쟁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 '쇠락 추세' 탁신 가문, 부활 가능할까
2023년 총선으로 집권했다가 작년 정권을 내준 탁신 전 총리 가문의 프아타이당은 그의 조카이자 솜차이 웡사왓 전 총리의 아들인 욧차난 웡사왓(47)을 총리 후보로 내세워 부활을 꾀하고 있다.
욧차난 후보는 태국 명문대 마히돌대에서 의생명공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이번에 정치에 처음 뛰어들었다.
탁신 전 총리 가문은 2001년 첫 집권 이후 4명의 총리를 배출하면서 20여년 간 왕실·군부 등 보수세력과 태국 정치를 양분해왔다.
특히 지방 개발과 복지 정책 등 포퓰리즘을 무기로 동부 등지의 농촌 표밭을 장악, 선거마다 연전연승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앞두고 농촌 지역의 프아타이당 지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실제로 지난 달 태국 콘깬대 여론조사 결과 그간 프아타이당의 아성이었던 동부 우본라차타니주에서도 프아타이당 지지율은 30.1%로 국민당에 근소하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이 당의 핵심 선거 공약이었던 '16세 이상 전 국민에 1만 밧(약 46만원)씩 보조금 지급' 정책이 재원 문제와 타당성 논란 등으로 인해 상당히 축소된 것이 표심에 악영향을 미쳤다.
또 작년 캄보디아와의 교전 사태 와중에 패통탄 당시 총리가 캄보디아 실권자 훈 센 상원의장과 나눈 통화 내용의 유출 여파로 물러난 것도 프아타이당 지지층의 이탈을 초래했다.
당시 패통탄 총리는 훈 센 의장을 '삼촌'이라고 부르면서 태국군 사령관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캄보디아에 분노하는 여론의 유탄을 고스란히 맞았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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