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앞에선 오너도 물러났다…제약·바이오 판 바뀐다
명인제약·알테오젠·HLB, 전문경영인 전면 배치
오너 리스크 분리·R&D 전문성 강화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이 연초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신약 개발에 필요한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오너 리스크에서 탈피해 글로벌 빅파마의 신뢰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명인제약[317450]은 창업주 이행명 회장 경영 체제에서 전문경영인 공동대표 체제로 바뀐다. 이 회사는 작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때부터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공언했다.
다음 달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공동대표로 선임될 이관순 전 한미약품[128940] 부회장과 차봉권 명인제약 영업 총괄관리 사장은 제약·바이오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관순 후보는 한미약품에서만 40년 가까이 근무하며 신약 개발과 기술 수출에 공헌했다.
이 후보가 대표이사로 있던 2015년께 한미약품은 존슨앤드존슨(J&J)을 비롯한 글로벌 빅파마에 핵심 파이프라인을 조 단위로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바이오 플랫폼 회사 알테오젠[196170]도 창업주 박순재 단독 경영 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옮겨갔다.
전태연 신임 대표이사는 2020년 알테오젠에 합류해 사업개발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총괄했다.
특히 하이브로자임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여러 기술이전 계약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된다.
알테오젠은 전 대표 선임 한 달 만인 지난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자회사에 피하 주사제 기술 ALT-B4를 기술 이전했다.
전 대표는 향후 ALT-B4 추가 수출과 더불어 장기 지속형 플랫폼을 활용한 비만치료제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간암 신약으로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문턱에서 연신 고배를 마신 HLB[028300]도 전문경영인을 전면 배치했다.
진양곤 회장에 이어 대표직을 맡은 김홍철 HLB이노베이션[024850] 대표이사는 미국에서 카티(CAR-T) 치료제를 개발 중인 자회사 베리스모를 지원해 글로벌 연구·개발 성과 창출에 기여했다고 평가된다.
HLB는 해당 인사를 발표한 지 약 2달 만인 지난달 FDA에 간암 신약 허가를 재신청했다. 2023년 첫 신청에 이은 세 번째 도전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오너 중심 체제에서 탈피하는 건 신약을 위한 연구개발(R&D) 중요성이 커진 것과 관련이 깊다.
과거 제네릭(복제약) 위주 사업 모델에서 신약 개발로 이동하며 R&D 전문성을 갖춘 경영인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전문 경영 체제로 투자자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간 국내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은 오너 리스크에 발목을 잡혀 왔다. 리스크 종류는 오너의 사적인 일탈에서부터 공적 의사결정의 영역까지 다양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면 오너 개인의 행위가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신뢰도나 기업 실적에 타격을 주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기술수출에도 유리하다.
머크(MSD) 등 빅파마는 일찍부터 가족 경영에서 벗어나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 글로벌 제약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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