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유사들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 유예기간 필요"

입력 2026-02-03 10:36
수정 2026-02-03 11:04
인도 정유사들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 유예기간 필요"

다음 달 인도 도착할 러시아산 원유 계약분 남아 있어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미국과 인도가 오랜 협상 끝에 무역 협정을 맺기로 합의했으나 인도 정유사들은 그동안 미국이 요구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실제로 중단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양국이 무역 협정을 맺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모디 총리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고 미국과, 잠재적으로는 베네수엘라로부터 훨씬 더 많은 (원유를) 구매하는 데 동의했다"며 "이는 매주 수천 명이 목숨을 잃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모디 총리에 대한 우정과 존중을 바탕으로, 그의 요청에 따라, 즉시 발효되는 미국·인도 간 무역 합의에 동의했다"며 "미국은 (인도에 부과하는) 상호 관세를 25%에서 18%로 인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상호관세를 25%에서 18%로 낮출 뿐만 아니라 기존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따른 제재성 관세 25%도 철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인도 정유사들은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받지 못했다며 기존 계약이 남아 있다는 입장이다.

인도 정유사들은 이미 이달에 선적해 3월에 도착할 러시아산 원유를 예약해 둔 상태다.

이 때문에 이달부터 당장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할 수는 없고 기존 계약을 마무리할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날 모디 총리도 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인도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18%로 인하돼 기쁘다"면서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앞서 하르디프 싱 푸리 인도 석유·천연가스부 장관은 지난달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감소함에 따라 원유 공급처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인도 원유 수입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차지하는 비중은 11개월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현지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속도를 낸 이후 인도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기 시작했고 대신 중동, 아프리카, 남미 국가들로부터 더 많은 원유를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4월 인도에 국가별 관세(상호관세) 26%를 부과했고 이후 양국은 5차례 협상했지만, 미국산 농산물 등에 부과하는 관세 인하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인도가 중단하는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여 합의하지 못했다.

미국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드는 자금을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도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원유 수입국이며 러시아에서 전체 원유의 38%를 수입한다.

결국 미국은 지난해 8월 말 기존보다 1% 낮춘 상호관세 25%에 러시아와의 석유 거래에 따른 제재성 관세 25%를 추가로 인도에 부과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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