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출연연 평가에 '연구자 정보공개' 논란

입력 2026-02-02 07:13
과기부 출연연 평가에 '연구자 정보공개' 논란

노조 "인력 매물화…반국가적 지표" 즉각 폐기 요구

과기부 "연구 소통·협력 강화 취지"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평가체계 개편을 위해 마련한 지표들을 놓고 현장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최근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은 과기정통부가 올해 출연연 기관평가 항목에 '연구자 정보공개 실적'을 추가한 것을 두고 "출연연 연구자를 '인력 시장 매물'로 전락시키는 반국가적 평가 지표"라며 즉각 폐기하라는 성명을 냈다.

출연연 평가를 담당하는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기관평가 3년, 연구사업평가 6년 주기로 진행하던 출연연 평가 주기를 1년으로 통합하며 간소화하는 기관평가 개편을 올해 실시했다.

이를 위해 평가에 들어가는 여러 지표도 개선했는데, 이중 연구원들이 어떤 주제로 연구하고 있는지 등을 홈페이지로 공개하는 것을 평가 지표 중 하나로 최근 추가했다.

대학처럼 연구 정보를 공개해 연구협력과 소통을 강화하라는 취지로, 박인규 혁신본부장 주도로 이 지표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대학은 연구실별로 어떤 본인 연구를 하는지 공개되지만, 출연연은 깜깜이"라며 "최소한 연구 그룹별로 어떤 주제로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지는 소통하면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걸 살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기연전노조는 취지를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출연연 연구 현장 특수성과 위험 요소를 외면한 채 경영평가라는 압박 수단으로 강제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일부 출연연 기관장들의 행태가 과거 정부 일방통행식 행정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또 국가 핵심 인력의 해외 유출을 조장할 수 있고, 네트워킹을 강요하는 게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폐지 취지와 맞지 않는 '개별 연구'나 '각자도생식 과제 수주'를 부추기는 꼴이라며 정책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연구 현장의 우려를 전달하지 않은 NST와 출연연 기관장에게 책임지고 사퇴하고, 국회는 연구자 정보 공개 지표 도입 과정에 대한 전면 조사를 실시하라고 노조는 주장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설명을 듣기 위해 이날 과기정통부 관계자를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연전노조 관계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하고 검토해야 하는데 아무 의견 없이 수용해 그냥 밀어붙이는 형태"라며 "조합원 70~80%가 연구직인데도 이들이 의견 수렴 과정이 있는 것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출연연 현장에서는 올해 기관평가 시스템이 대폭 개편되는 가운데 각종 지표도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상당히 물갈이되면서 적응에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관평가에서 상당 부분 배점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진 '아웃리치'(대외홍보) 지표를 놓고도 기관의 기존 아웃리치 예산이 없는 만큼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비를 활용해야 하는지 등을 놓고 혼란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과기정통부가 평가 주기를 1년으로 줄이면서도 출연연 행정 부담을 줄이겠다며 평가 지표와 분량을 간소화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렇게 동작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평가 분량을 줄여도 현장에서 일하는 양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3년 단위 평가에서 만드는 분량을 우선 만든 다음 기관 차원에서 줄여서 과기정통부에 제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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