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연준의장 후보, 인준돼도 달성 어려운 3가지 임무 직면"(종합)

입력 2026-02-01 19:01
"워시 연준의장 후보, 인준돼도 달성 어려운 3가지 임무 직면"(종합)

WSJ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독립성 유지·인플레 완화, 쉽지 않아"

워시, 불리한 전세 속 월가·공화 인맥 총동원해 트럼프 지명 따내



(뉴욕·서울=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김연숙 기자 =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의회 인준을 무사히 통과하더라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 3가지 핵심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워시 후보자는 연준 의장으로 임명될 경우 시장 불안 없이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대폭 축소하고, 인플레이션을 연준 목표인 2% 수준으로 낮추며,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간섭으로부터 연준 독립성을 지켜내야 하는 과제를 맞닥뜨릴 전망이다.

WSJ은 "이 모든 과제는 겉보기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시 후보자는 연준의 양적완화(QE)가 자의적인 신용 배분으로 시장의 신호를 왜곡시켰고, 과도한 정부부채를 가능하게 했다며 '연준의 슬림화'를 주장해왔다.

워시 후보자는 연준 이사 재임 당시인 2010년 11월 연준이 2차 양적완화(QE) 조치를 결정할 당시 연준 이사회 멤버 가운데 유일하게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며 비판적인 견해를 표명하기도 했다.

양적완화 지속 등을 둘러싼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과의 견해차는 워시가 연준 이사 임기를 7년 더 남겨두고 2011년 전격 사임한 부분적인 배경이 됐다.

연준은 이후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또다시 장기채를 매입하는 대규모 양적완화 조치를 단행했고, 그 결과 연준의 보유자산은 급격히 불어났다.

연준의 양적긴축(QT·대차대조표 축소) 정책에 따라 보유 자산은 6조6천억 달러 수준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과거와 비교해 비대해진 상태다.

문제는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서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가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연준은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난 후 보유 중인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왔는데, 작년 말 자금시장에서 불안감이 조성되면서 작년 12월 1일 대차대조표 축소를 종료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시장 불안을 감수하고 다시 QT를 재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또한 대차대조표 축소가 재개될 경우 장기채 금리가 오를 수 있고, 이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트럼프 대통령을 화나게 할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을 2% 수준으로 되돌리는 목표도 힘든 과제다.

워시 후보자는 현 제롬 파월 의장처럼 법학을 전공하고 금융회사 근무 이력을 지녔다.

그러나 연준의 정책 판단 틀을 수용한 파월 의장과 달리, 워시 후보자는 평소 현대 주류 거시경제학 이론에 기반한 연준의 경제전망 모델이 현실과 다르다고 폄하하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연준이 지나치게 경제 데이터에 의존하며 후행적으로 판단한다면서 연준 체제 변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WSJ은 "일각에선 워시의 주류 거시경제학에 대한 경멸이 내부 반발로 이어져 그를 연준 내부의 직원 및 다른 위원들과 대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연준의 독립성을 지키기는 더욱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

워시가 차기 연준 의장 후보자로 낙점된 것은 그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보다 더 독립적일 것이라는 평판을 가졌던 게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월가는 판단한다.

WSJ은 "경제 데이터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면 워시는 트럼프 요구를 거절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워시가 트럼프 대통령을 실망시킬 경우 파월 의장과 비슷한 방식으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작년 말까지만 해도 해싯 위원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였지만 워시가 월가와 공화당 인맥을 적극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을 얻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WSJ에 따르면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후보자가 연준 의장 자리를 너무 간절히 원한다고 생각, 후보에서 배제했었다고 한다.

한 고위 당국자는 작년 12월 초 WSJ과의 인터뷰에서 워시는 끝났다며, 그를 미군이 발포한 배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베네수엘라 마약 밀수업자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워시 후보자는 지난 수십년간 쌓아온 금융계 거물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 공화당 고위 인사들과의 인맥을 총동원해 결국 원하던 자리를 손에 넣었다.

월가 관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해싯 위원장의 독립성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너무 가깝다는 점 때문에 연준 의장으로서 채권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집중 공략한 것이다.

특히 워시의 사업 파트너이자 전설적인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월가의 동료들에게 워시를 지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도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비공개 콘퍼런스에서 워시가 훌륭한 의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워시 후보자의 장인인 로널드 로더가 공화당의 기부 큰손인 데다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친분이 있다는 점도 도움이 됐다. 로널드 로더는 유명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 창업자의 아들이다.

WSJ은 리얼리티쇼 같은 스타일의 공개 오디션, 막후에서의 격렬한 경쟁 끝에 워시 후보자의 꿈이 현실이 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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