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 "작년 분담금 미납 사상 최대…재정붕괴 임박"

입력 2026-01-31 09:56
유엔 사무총장 "작년 분담금 미납 사상 최대…재정붕괴 임박"

193개 회원국에 서한…"분담금 납부·미사용 예산 규정 개정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회원국들의 분담금 미납으로 재정 붕괴가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구테흐스 총장은 지난 28일 193개 회원국에 보낸 서한에서 유엔이 임박한 재정 붕괴 위험에 처해있다며 7월까지 자금이 고갈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재정 붕괴를 피하기 위해선 회원국들이 의무 분담금을 이행하거나, 미사용 예산 반환과 관련한 유엔의 재정 규칙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유엔이 과거에도 재정 위기를 겪은 적 있지만, 현 상황은 분명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체 시스템의 건전성'은 유엔 헌장에 따라 분담금을 납부해야 하는 회원국들의 의무 이행에 달려있다고 강조하고, 작년 분담금은 77%만 납부됐다고 밝혔다. 이어 미납 분담금은 사상 최대 규모인 15억7천만달러(2조2천800억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구테흐스 총장은 "승인된 정규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분담금을 납부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공식 발표됐다"고도 했다.

특정 국가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유엔 예산 22%를 책임지는 최대 분담국이지만, 작년 정규 예산 분담금은 납부하지 않았고 유엔 평화유지 활동에 대한 예상 지원금의 30%만 제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또 최근 '미국 납세자의 자금 지원을 끝내고 미국 우선순위보다 세계주의 의제를 우선하는 단체에 대한 관여를 끝내겠다'며 31개 유엔기구를 포함, 국제기구 수십곳에서 탈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가자지구 재건을 감독 명분으로 평화위원회를 출범시켰는데, 이는 유엔의 일부 기능을 대체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과 독일 등 다른 나라들도 대외원조를 대폭 삭감한다고 발표, 이 역시 유엔 활동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와 함께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면 미사용 자금은 회원국에 반환해야 하는 규정이 자금 운용에 이중고를 안겨준다고 말했다.

분담금 확보 계획에 기반해 사업 예산을 짠 뒤 분담금을 받지 못해 집행을 하지 못할 경우 받지도 못한 돈을 회원국에 돌려줘야 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구테흐스 총장은 억압적 관료주의 절차를 묘사한 작가 프란츠 카프카를 언급하며 "있지도 않은 돈을 돌려줘야 하는 카프카적 악순환에 갇혀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로 이번 달, 2026년 평가의 일환으로 2억2천700만달러를 반환해야 했다"며 "이는 우리가 아직 받지 못한 자금"이라고 덧붙였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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