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건 겨우 20일치…트럼프 압박에 말라가는 쿠바 원유 재고

입력 2026-01-30 10:55
남은 건 겨우 20일치…트럼프 압박에 말라가는 쿠바 원유 재고

베네수 수출 중단, 미국 압박에 멕시코도 수출부담…"추가공급 없으면 큰 문제"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주유하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서고, 하루에도 몇 번이나 정전이 발생하는 곳. 한때 혁명의 나라이자 사탕수수 수출로 유명했던 쿠바의 현재 모습이다.

쿠바 공산정권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쿠바에 남은 원유 재고가 15~20일 치에 불과하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이 인용한 데이터 분석 기업인 케플러(Kpler)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수요와 국내 생산 수준을 감안할 때 쿠바의 석유 재고량은 15~20일 치 정도다. 케플러 원유 애널리스트들이 기존 재고량과 연초 멕시코에서 수입한 원유량을 토대로 산출한 결과다.

미국 텍사스대 석유 전문가인 호르헤 피뇬은 앞으로 몇 주 안에 추가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쿠바는 중대한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쿠바의 이런 위기는 같은 좌파 정부인 베네수엘라가 쿠바에 대한 원유 수출을 중단한 영향이 크다. 미국이 진행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 직전인 작년 12월에만 베네수엘라는 원유 4만6천500 배럴을 쿠바에 수출했다. 그러나 델시 로드리게스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는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쿠바가 올해 수입한 석유는 올 초 멕시코로부터 한차례 공급받은 8만4천900배럴이 전부다. 이는 일평균 3천배럴을 약간 넘는 양으로, 작년 하루치 공급량(3만7천배럴)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유일한 원유 수입원인 멕시코마저 미국의 압박이 고조되자 석유 수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쿠바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에 따라 쿠바와 석유 거래를 하는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쿠바의 원유 재고가 바닥을 향해 가면서 전력난도 심각해지고 있다. 케플러에 따르면 쿠바는 전력 생산에 필수적인 '중유' 역시 태부족한 상태다. 쿠바 전력청은 28일 피크 시간대 최대수요를 3천100㎿로 예상하면서 "가용 발전량은 1천398㎿로, 1천702㎿ 부족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쿠바가 그동안 석유를 매우 큰 폭의 할인 가격으로 구매하거나 무상으로 제공받아 온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제재 속에 수요 수출품인 설탕 수출이 막히고, 관광산업이 크게 위축된 데다가 원유 수입마저 중단되면서 쿠바 경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멕시코의 에너지 컨설턴트 곤살로 몬로이는 "(원유에 관한 한) 쿠바는 베네수엘라에 크게 의존해 왔다. 이제 믿을 곳은 멕시코뿐인데, 멕시코마저 미국의 압박으로 인해 수출할 수 없게 된다면 쿠바는 커다란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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