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외교장관들 필리핀서 회동…"미얀마 총선 인정 못 해"

입력 2026-01-30 10:19
아세안 외교장관들 필리핀서 회동…"미얀마 총선 인정 못 해"

일부 회원국은 총선 인정 가능성 비쳐…태국 "미얀마 새 정부와 대화해야"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 외교장관들이 올해 의장국인 필리핀에서 회동한 뒤 최근 치러진 미얀마의 '반쪽짜리 총선'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30일(현지시간) EFE 통신 등에 따르면 아세안 회원국은 전날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의에서 최근 야당을 사실상 배제한 채 치른 미얀마 총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올해 순회 의장국으로 이번 회의를 주재한 마리아 테레사 라자로 필리핀 외교부 장관은 "일부 회원국이 미얀마 총선 결과를 검토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아세안의 전체적 입장으로는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얀마 외교부 관계자는 전날 회의에서 이번 총선이 매우 평화롭게 진행됐으며 상당한 국민이 참여했다고 다른 아세안 회원국에 설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라자로 장관은 "(회원국끼리) 합의된다면 아세안이 미얀마 총선에 관한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며 "우리는 미얀마가 여전히 아세안과 함께하기를 바라지만 현재 상황에서 일정한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다만 일부 회원국은 향후 들어설 미얀마 새 정부와 대화해야 한다며 이번 총선 결과를 인정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시하삭 푸앙껫깨우 태국 외교부 장관은 "(미얀마 총선이) 완벽한 선거는 아니었지만, 전환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며 "태국은 미얀마 정부와 대화를 유지하고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들(미얀마 새 정부)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의지를 보인다면 관계 개선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아세안 공동체로 복귀할 수 있게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부터 한 달 동안 3차례 나눠 치러진 미얀마 총선에서는 군부가 지지하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양원 의회 과반이 넘는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압승했다.

총선 후 60일 안에 의회 간접 선거로 선출하는 새 대통령은 사실상 USDP가 뽑을 전망이다.

앞서 미얀마 군부는 민주화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한 2020년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2월 쿠데타를 일으킨 뒤 정권을 잡았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군부는 쿠데타 이후 6천명 넘게 살해하고 2만명 넘게 임의로 구금했다.

수치 고문도 부패 등 혐의로 징역 27년을 선고받았으며 그가 1988년 민주화 항쟁 당시 창당한 NLD는 2023년 군정에 의해 해산돼 이번 총선에서 후보를 내지 못했다.

아세안은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사정권이 아세안 정상회의나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했고, 가끔 하위급 관료의 참석만 허용하고 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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