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의 순간' 온다더니…유럽, 약달러 우려 목소리

입력 2026-01-29 19:35
'유로의 순간' 온다더니…유럽, 약달러 우려 목소리

한때 1.2달러 저항 돌파…수출·물가 악영향 주시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달러 약세로 유로화가 고공행진 중이다. 유럽은 그동안 달러가 약해질 때면 유로화 위상이 견고해진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최근 유로화 강세는 금리인하 사이클이 끝나가는 상황에서 물가를 흔들 수 있고 수출에도 부담을 줘 우려 목소리가 더 크다.

29일(현지시간) 외환시장에 따르면 유로화는 지난 27일 장중 1.2081달러까지 뛰었다. 2021년 6월 이후 4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시장이 통화 도피처로 삼는 스위스프랑은 2015년 1월 이후 가장 비싼 1.3151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근 환율 변동은 미국·일본 당국이 엔화 강세를 유도할 것이라는 관측과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이 촉발했다. 유로화는 전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항상 강달러 정책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다소 안정을 되찾았으나 여전히 1.20달러 선을 넘보고 있다.

시장과 통화당국은 그동안 유로당 1.2달러를 심리적 저항선으로 삼아왔다. 루이스 데긴도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는 지난해 유로가 계속 오르자 "1.20달러 정도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그걸 넘어가면 훨씬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약달러로 물가가 목표치를 벗어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21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목표 범위에 안착했다. ECB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1.9%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약달러가 계속될 경우 수입물가 하락으로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유로화 강세와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둔화 가능성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며 "이는 앞으로 몇 달 동안 통화정책과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올 여름 안에 정책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거라는 관측이 늘었다.

유럽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독일은 안 그래도 부진한 수출이 더 힘들어진다고 우려한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전날 "달러 환율을 꽤 오래 걱정하며 지켜봤다. 독일 수출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달러 대비 유로화는 작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1년간 약 16% 뛰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해 "현재 일어나는 변화가 글로벌 유로의 순간을 열어주고 있다"며 달러 패권을 넘보는 듯한 발언을 했다. 금융 칼럼니스트 마이크 돌런은 "유럽은 세계 금융에서 유로의 역할을 키우려고 하지만 그 성공이 통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면 불안해 한다"고 지적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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