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트럼프 관세인상 불똥에 또다시 패닉…"악몽 재연되나"
美관세로 작년 車대미수출 13.2%↓·현대차그룹 비용 5조원 넘어
25% 재인상시 현대차그룹 비용 8조원 넘길 듯·GM 철수설 재부상할 수도
'아틀라스 훈풍' 현대차 주가상승 멈출 가능성…"대미투자특별법 처리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임성호 홍규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국 국회의 입법 절차 지연을 이유로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히자 자동차 업계는 또다시 패닉에 빠졌다.
현대차·기아가 25%의 미국 자동차 관세로 지난해 2, 3분기에만 총 4조6천억원의 비용을 부담한 것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자동차 업계가 받을 타격은 상상 이상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했다.
특히 국내 1위 완성차업체인 현대차가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피지컬 AI(인공지능) 비전에 힘입어 주가가 고공행진 하는 상황에서 또 한 번의 관세 인상은 자동차 업계를 넘어 국내 산업계 전체에 찬물을 끼얹을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접한 국내 자동차 업계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등은 지난해 10월 한미 관세협정 세부 합의 타결로 미국 자동차 관세가 다른 국가와 같은 15%로 인하되자 이를 기반으로 경영계획을 재정비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한국 입법부가 한국과 미국과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고,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히자 자동차 업계는 미국 자동차 관세가 처음 인상됐던 지난해 4월 '악몽'을 다시 떠올리는 분위기다.
당시 트럼프 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자 대미 자동차 수출은 관세 부과 기간 내내 전년 대비 감소했고, 작년 대미 자동차 수출액도 관세 여파로 13.2% 감소한 301억5천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구매 보조금을 폐지한 전기차 수출은 매월 '0'에 가까운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비록 지난해 10월 한미 관세 협상 세부 합의 타결로 이은 11월부터 관세가 15%로 낮아지긴 했지만, 현대차그룹은 2, 3분기 관세 여파로 4조6천억원(현대차 2조6천억원·기아 2조원)의 비용을 부담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4분기 손실을 합치면 총 관세 비용은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세가 다시 25%로 인상될 경우 자동차 업계는 수익성 악화에 더해 가격 전략과 생산-투자 계획 전반에 대한 큰 폭의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이 상대적으로 침체할 가능성이 커 관세 인상의 파급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예상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발간한 자동차 산업점검에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율이 25%로 유지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관세 비용이 연간 8조원을 넘기고, 영업이익률도 6.3%로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다 직영정비센터 폐쇄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한국GM 같은 경우는 철수설이 또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비상사태가 닥친 것과 같은 충격"이라면서 "한국만 25% 관세 받으면 계속 15% 적용되는 일본이나 유럽산 자동차보다 불리해질 것은 굳이 말 안 해도 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관세 협상이 제대로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고 한동안은 자동차 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자동차를 포함한 상호관세 인상은 코스피 5,000선 장중 첫 돌파 등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내 경제 전반적으로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크다.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등에 힘입어 최근 한 달간 주가가 80% 가까이 상승하며 지난 21일 종가 기준 100조원을 처음 돌파했고, 코스피의 첫 장중 5,000선 '터치'를 견인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 약속한 투자를 이행하기 위해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하는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의 처리 등 정부와 국회의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 전 원장은 "한국만 25%로 관세가 인상되면 자동차 업계가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라며 "신속히 업계의 비즈니스적 예측 가능성을 높여 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각고의 노력 끝에 한미 관세 협상을 타결하고 국회에서 (법이) 발의까지 된 상태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빨리 처리하라는 압박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정부와 국회가 나서 잘 설명하고 빠른 처리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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