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주파수 장기 사용권 추진…국내 재할당 논쟁 지속
EU, 디지털네트워크법에 할당 방식 개편 담겨
정부 "국가별 통신 환경 달라 단순 비교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유럽연합(EU)이 이동통신 주파수 사용권을 장기적으로 부여하는 방향을 담은 '디지털 네트워크법'(DNA) 입법 논의에 착수하면서 국내 주파수 할당 정책에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25일 정보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1일 DNA 법안을 공식 제안하고 회원국별로 상이했던 통신 분야 규제를 하나의 체계로 통합하는 개편 작업에 나섰다. 법안에는 주파수 할당 방식의 변화도 포함됐다.
집행위는 기존처럼 사용 기한을 정해 주파수를 할당하는 방식 대신, 사업자에게 매우 장기간의 사용권을 부여하되 정기적인 검토와 회수 장치를 병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통신사들이 5G 고도화와 차세대 6G, 초광대역 네트워크 구축 등 중장기 투자 계획을 보다 예측할 수 있게 수립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주파수 사용권이 장기화하면 사업자 간 주파수를 사고파는 '2차 시장'이 활성화돼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담겼다.
무기한 사용권이 특정 사업자의 시장 독점이나 진입 장벽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 장치도 병행한다.
특히 이번 법안은 주파수 정책을 사이버 보안과 연계했다는 점에서도 눈여겨볼 만하다. 고위험 통신 장비를 사용하는 사업자의 경우 핵심 주파수 사용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해 네트워크 안전성과 국가 안보 요소를 제도에 직접 반영했다.
이러한 EU의 행보는 주파수를 단순한 희소 자원 배분이나 재정 수입원 차원이 아니라, 디지털 인프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보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편 국내에서는 재할당 시기마다 비용 수준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수조 원에 달하는 정부의 재할당 대가가 과도해 망 투자 여력 감소와 서비스 품질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업자 간 이해관계에 따른 입장 차이도 극명하다.
전문가들은 정책 논의가 단기적인 비용 갈등에만 매몰될수록 중장기 네트워크 전략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AI 서비스 확산과 6G 선점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서 주파수 정책이 투자 예측 가능성을 얼마나 보장하느냐가 국가 통신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장기 사용권과 투자 예측 가능성, 보안 연계 등 일부 접근법을 국내 환경에 맞게 어떻게 참고·조정할지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EU는 여러 국가가 연합한 구조이고, 통신 인프라 밀도나 서비스 환경도 국가별로 큰 차이가 있다"며 "우리 정책 역시 소비자 편익과 시장 경쟁을 중심으로 축적돼 온 만큼, 제도 전반을 지속해 점검하고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binz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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