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돋보기] 채팅 넘어 '수행'으로…AI 비서가 승부 가른다

입력 2026-01-24 06:33
[AI돋보기] 채팅 넘어 '수행'으로…AI 비서가 승부 가른다

'더 큰 LLM' 경쟁서 '똑똑한 에이전트'로 무게중심 이동

국내 업계, 보안 앞세운 '온디바이스 AI'로 돌파구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지난해까지 구글, 오픈AI 등 빅테크들이 거대언어모델(LLM)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늘리며 "누가 더 똑똑한가"를 놓고 '덩치 경쟁'을 벌였다면 올해는 판이 완전히 바뀌었다.

올해는 사용자의 의도를 읽고 실질적인 업무를 완결하는 'AI 에이전트(Agent·비서)'가 기술 경쟁의 최전선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글로벌 AI 트렌드의 핵심은 단연 '생성'에서 '수행'으로의 전환이다.

단순히 묻고 답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개인화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복잡한 과업을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의미다.

◇ "말만 하면 예약부터 결제까지"…LLM 넘어 LAM 시대로

지난해 AI 시장을 달군 것이 텍스트를 쏟아내는 생성형 AI였다면, 올해 기술의 방점은 '대형 행동 모델(LAM·Large Action Model)'에 찍혀있다.

LAM은 LLM의 언어 이해력을 엔진 삼아 사용자의 지시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 파일과 같다. 답변에서 멈추지 않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앱을 구동하고, 결제까지 마치는 식이다.



예를 들어 기존 챗봇에 "오사카 항공권을 찾아줘"라고 했을 때 비행기 시간표를 나열하는 데 그쳤다면,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캘린더를 확인해 비어있는 시간에 맞춰 선호하는 좌석을 고르고 법인카드로 결제까지 마친 뒤 "예약했습니다"라고 보고한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은 검색, 쇼핑, 코딩 등 자사 플랫폼 기능을 AI가 직접 통제하는 '에이전트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는 오픈AI의 'o1' 등 최신 모델이 보여준 '추론' 능력 강화와도 맞물린다. 정답을 바로 내놓기보다 단계별로 생각하는 '딥 리즈닝' 과정이 가능해지면서 복합적인 문제 해결과 도구 사용이 현실화한 것이다.

◇ '빅 데이터' 저물고 '마이 데이터' 부상

경쟁의 양상이 바뀌며 데이터의 가치 평가도 달라졌다.

웹상의 공개된 정보를 긁어모으는 '공공 데이터' 싸움은 끝났다. 이제는 사용자 개개인의 맥락이 담긴 '퍼스널 데이터'를 누가 더 안전하게 확보하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범용 지식수준이 상향 평준화된 상황에서 이메일, 메신저, 캘린더, 위치 정보 등 지극히 사적인 데이터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하느냐가 AI 비서의 '지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필연적으로 '보안'을 기술 경쟁의 0순위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업계의 고민이 거짓 정보를 말하는 '환각'이었다면 올해 생존 조건은 프라이버시 보호다.

특히 에이전트가 이메일이나 사내 업무 시스템에 접속해 문서를 작성하고 배포하는 권한을 갖게 되면서, AI가 곧 해커의 공격 표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안 업계에서는 "AI 비서가 제 기능을 하려면 민감 정보 접근이 필수적인 만큼, 강력한 암호화와 통제 장치 없이는 서비스 자체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하드웨어·서비스' 결합한 한국형 에이전트로 승부수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제조와 플랫폼 역량을 결합한 '한국형 AI 에이전트' 전략을 짰다.

삼성전자[005930]는 압도적인 하드웨어 점유율을 앞세워 '가장 안전한 개인화 AI'를 추구하고 있다. 핵심은 '온디바이스(On-device) AI'다.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연산해 민감한 정보 유출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계산이다.

삼성은 독자 보안 플랫폼 '녹스(Knox)'와 AI 기능을 연계해 통화 녹취 요약이나 이미지 검색 등 민감한 작업은 기기 안에서 처리하고, 클라우드가 필요할 때도 데이터를 즉시 파기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단순한 기기가 아닌 '안전한 AI 비서 단말'로 포지셔닝하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와 카카오[035720] 등 플랫폼 기업들은 '초개인화'와 '생활 밀착'을 무기로 내세웠다. 한국어 맥락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검색, 지도, 쇼핑, 예약 등 자사 플랫폼에 구축된 방대한 실생활 서비스를 AI와 유기적으로 엮어내겠다는 것이다. 일정 관리부터 모임 예약, 결제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실용적 에이전트'가 이들의 목표다.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AI가 기술적 호기심의 대상을 넘어 실질적인 '일꾼'으로 거듭나는 원년"이라며 "결국 누가 더 똑똑한가보다 내 정보를 얼마나 안전하게 다루며 실제 업무를 덜어줄 수 있느냐가 시장 주도권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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