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추정제'에 "자영업자·노동자 부담 커지고 비용 인상"(종합)

입력 2026-01-20 16:20
'노동자추정제'에 "자영업자·노동자 부담 커지고 비용 인상"(종합)

앞으로 체불·해고 분쟁서 사용자가 '노동자성' 입증해야

"명쾌한 가이드라인 있어야" "배달업계 적용 가능성 의문"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조민정 한주홍 기자 = 중소기업계는 민사 분쟁에서 노동자성에 대한 입증 책임을 노동자가 아닌 사업주가 부담하도록 하는 '노동자추정제'를 정부가 추진하는 데 대해 고용을 기피하게 되는 행정적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반대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노무제공자를 모두 근로자로 추정하는 법은 해외 사례에서도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는 형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점을 매번 입증하는 것이 중소기업 사업주에게는 또 다른 행정적 부담이 될 것"이라며 "고용을 기피하게 되는 원인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고용 구조가 계속 분화하고 다양화되고 있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노동자인지 아닌지를 일일이 입증해야 하고, 법원에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욱 다양한 고용 형태가 나타날 텐데 명쾌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이상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 업계는 제도 도입을 두고 적용 방식에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배달 기사가 한 회사가 아닌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여러 배달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업계 특성상 사용자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배달 기사들은 골프장 캐디나 학습지 교사처럼 특정 회사와만 고용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다"며 "이런 구조에서 제도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비용 부담이 자영업자나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의 비용이 늘어나면 자영업자 부담이 커지고, 결국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배달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업계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달 기사들은 제도 도입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궁극적으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범위에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해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현재 노동자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추정제만 도입하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며 "사용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그 부담이 개별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특수고용·플랫폼종사자 등이 최저임금·퇴직금 등 분쟁에 나설 때 노무 제공 사실을 증명하고, 사용자가 반증하지 못하면 노동자로 인정하는 '권리 밖 노동자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을 오는 5월 1일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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