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부패·헌법 위반"
오늘 하원에 제출…"두테르테 전 대통령 ICC 인계는 주권 모욕"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필리핀 야당 의원이 홍수 방지 사업과 관련해 비리 의혹이 제기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처음으로 발의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말레이시아 매체 더스타 등에 따르면 필리핀 한 야당 의원은 부패와 헌법 위반 등을 이유로 마르코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이날 변호인을 통해 하원에 제출했다.
2022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그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4장 분량의 탄핵소추안에는 "마르코스 대통령이 (정부의) 홍수 방지 사업과 관련해 리베이트로 이익을 얻은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잘디 코 전 하원의원은 마르코스 대통령이 해당 사업과 관련해 250억 필리핀페소(약 6천220억원)를 뇌물로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코 전 의원은 자신이 소유한 건설회사를 통해 2억8천900만 필리핀페소(약 74억원) 규모의 도로 제방 건설사업 등을 부실하게 시행하고 예산을 빼돌린 혐의(횡령 등)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그러나 그는 해당 사업으로 개인적인 이득을 얻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야당 의원은 또 정부가 과거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지난해 3월 체포한 뒤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긴 행위도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탄핵소추안에는 "정부가 전직 대통령을 인계한 결정은 국가 주권을 직접적으로 모욕한 행위이고 적법 절차에 관한 헌법적 보장을 노골적으로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 포함됐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자신과 대립 관계인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인터폴을 통해 발부된 ICC 영장에 의해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자국 경찰에 체포되자 국제적 약속을 준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22년 대선에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인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과 러닝메이트를 이뤄 당선된 마르코스 대통령은 과거에는 ICC의 조사를 거부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나 2024년 두테르테 전 대통령 측과 정치적 동맹을 청산하고 대립 관계로 돌아선 이후에는 ICC가 인터폴을 통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체포하려 할 경우 협조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현재 구금된 상태인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에서 재판받을 예정이다.
필리핀에서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우선 하원에서 전체 의원 316명 가운데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후 상원에서도 전체 의원 24명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할 수 있다.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도 예산 유용 의혹 등으로 2024년부터 지난해까지 4차례 탄핵소추안이 제기됐고, 4번째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했으나 최종 탄핵 심판을 맡은 상원에서 유보돼 사실상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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