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실리콘 방패' TSMC 대미 투자 확대 이유는
WSJ "엔비디아·애플 등 고객사에 가깝게"
"지정학적 위험 줄이려는 의도도"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자국을 넘어 미국 생산기지 투자를 대거 확대하면서 '대만의 실리콘 방패' 위상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대미 투자 확대의 이면에는 엔비디아와 애플 등 미국의 주요 파운드리 고객에 더 가깝게 다가가려는 계산과 중국의 대만 침공이라는 지정학적 위험을 줄이려는 의도가 공존한다고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리콘 방패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TSMC 팹(생산시설)의 반도체 공급이 중단돼 전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미국의 개입이 불가피해지는 만큼 TSMC의 존재 자체가 대만에 방어망 역할을 해준다는 뜻이다.
그러나 TSMC가 향후 수십 년 동안 미국 등 국외에 많은 생산 기지를 구축하기로 하면서 이 실리콘 방패의 역학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WSJ에 따르면 TSMC는 이미 미국에 로직 칩 공장 6곳과 패키징(조립 및 공장) 시설 2곳을 구축하고자 1천650억달러(약 243조원)를 투자키로 했고, 최근 미국·대만 무역 합의에 따라 미국 공장 여러 곳을 더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점쳐진다.
TSMC는 2024년 말 일본 구마모토 공장을 열었고 독일에서도 첫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회사 측은 현재 아랍에미리트(UAE)로 생산망을 확대하는 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전임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때부터 TSMC의 미국 공장 유치를 핵심 목표로 추진해왔다.
자국의 안정적 반도체 공급망의 확보를 위해선 TSMC가 꼭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TSMC의 자체 전략 판단도 이런 행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짚었다. 대만 내에서는 공장 후보 부지와 전력이 고질적으로 부족해 TSMC로서도 해외 생산 확대는 꼭 필요한 선택이 됐다는 것이다.
조지타운대 안보·신기술센터(CSET)의 샘 브레즈닉 연구원은 WSJ에 "종전 실리콘 방패의 개념에 여러 균열이 생기고 있다"며 "이제 우리는 TSMC를 둘러싼 지정학적 방정식을 다르게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TSMC가 대만의 유일한 방어막이라는 전제도 흔들린다. 미국은 그 외에도 대만을 지킬 이유가 많다는 지적이 분석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대만 해역은 세계에서 가장 통행량이 많은 무역로 중 하나이며, 중국의 대만 침공은 미국의 주요 동북아시아 우방인 일본과 한국에도 큰 위협이 된다.
대만의 라이칭더 현 총통도 국제 사회가 지역적 안정 문제 때문에 대만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TSMC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지난해 강조했다.
다만 첨단 공정이 대만에 있는 구도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의 TSMC 공장은 대만 본사 시설보다 수세대 뒤진 반도체를 만든다.
TSMC가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는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에선 현재 공업용수와 숙련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우수한 인력 풀과 생산망 생태계를 갖춘 대만이 여전히 타 국가 대비 압도적 우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대만 과학기술·민주 및 사회연구센터(DSET)의 장치청 소장은 "미국 본토에서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비효율 문제도 심각할 것"이라고 평했다.
TSMC는 미국 등 국외 공장에도 계속 첨단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지만 대만 본사 시설에서도 기술 업그레이드가 함께 이뤄지는 만큼 대만과 해외의 기술 격차를 금세 좁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의 맷 사이츠 AI 이니셔티브 소장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외 지역에서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준의 추가 반도체 생산이 이뤄지는 시점은 2030년이나 2035년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대만이 받을 수 있는 중대한 충격을 흡수하고 칩 공급 부족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려면 2050년 또는 그 이후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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