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조 쏟아붓는 TSMC 독주…삼성 파운드리 전략은
TSMC 올해 설비투자 최대 560억달러…삼성 파운드리의 5배 추정
FT "삼성 최대 실적, '차선' 제품 만든 덕분" 평가
삼성, 2나노 수주 확대로 승부수…AMD·구글 칩 생산 따낼까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대만 TSMC가 올해 설비 투자에 약 82조원을 쏟아붓겠다고 발표하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의 독주를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삼성 파운드리는 시장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다. TSMC와의 점유율 격차도 점점 더 벌어지는 가운데 생산능력(캐파) 확대에 대한 고심도 커지는 모양새다.
TSMC는 지난 15일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올해 설비투자를 520억∼560억달러(76조5천억∼82조4천억원)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409억달러(60조2천억원)보다 27∼37% 늘어난 수치며, TSMC 사상 최대 규모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에 대한 TSMC의 자신감은 고객사인 인공지능(AI) 빅테크들의 탄탄한 자금력에서 비롯된다.
AI 인프라 확충에 대한 고객사들의 수요가 여전히 높다며 2024∼2029년 AI 가속기 매출 성장 전망치를 기존 45%에서 54∼59%로 상향 조정했다.
삼성전자의 작년 반도체 설비 투자 규모는 40조9천억원이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는 메모리를 포함한 금액으로 증권가에서는 파운드리에 투자되는 금액은 10조∼15조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파운드리에만 82조원을 쏟아붓는 TSMC의 약 20% 수준이다.
전 세계적인 AI 인프라 투자 확충에 AI 가속기 칩 생산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보다는 메모리에 설비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가 10배까지 벌어졌고, 흑자 전환까지 여전히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사업부를 합친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사업이 지난해 6조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도 2조7천억∼3조5천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테슬라의 AI5·6 칩과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에 탑재되는 이미지센서 수주를 따내는 등 고객사 확대에는 성공했다. 이에 연간 매출은 2조5천억원 안팎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여전히 TSMC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0%를 넘어섰다. 반면 삼성전자는 6∼7%대에 머물렀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차선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6일 칼럼을 통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수혜의 '후류'(slipstream)를 타고 간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4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에 대해 "모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1순위 선택지'를 구하지 못했을 때 찾게 되는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에 칩을 맡기지 못한 빅테크의 제2의 선택지로서 실적 개선 수혜를 입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의 차선책 포지션을 공고히 해 기회를 노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이미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가 너무 벌어져 이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TSMC에 수주를 맡기지 못한 고객사들을 공략해 2·3나노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5나노 이상의 성숙 공정에서 수익성을 높여 TSMC를 쫓아갈 시간을 버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나노 수율·성능 개선과 수주 확대를 통해 점유율 격차를 줄이고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구글, AMD와 2나노 공정 기반의 AI 칩 양산 협력을 논의 중이다. 올해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미국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를 포함한 최선단 공정 기반의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텍사스에 위치한 오스틴 공장 역시 추가 투자를 통해 설비 개선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jak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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