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대통령 로드리게스 vs 트럼프 만난 마차도…혼란의 베네수 실권 다툼
로드리게스, 美에 협조…'야권지도자' 마차도, 트럼프에 노벨상 메달 전달
트럼프, 베네수 과도정부에 만족…두 여성지도자 '충성' 경쟁 이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전격적인 군사작전으로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베네수엘라에서 두 여성 지도자의 치열한 실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마두로 정권에서 부통령을 지낸 델시 로드리게스(57)가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미국이 그의 실권을 묵인하는 가운데, 야권 지도자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9)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고 분투하며 도전장을 내민 양상이다.
1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차도는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오랫동안 노벨상을 갈망해온 그에게 평화상 메달을 전달했다.
표면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미군 기습 군사작전을 벌여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정국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직을 꿈꾸는 마차도가 이 나라 앞날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차도의 노벨평화상 전달은 이 상을 트럼프 대통령과 공유하고 싶다는 마차도의 의견에 대해 노벨위원회가 "공유하거나 양도할 수 없다"고 불허한 가운데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남에 앞서 마차도에게 노벨평화상을 받는 것이 "큰 영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마차도는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가 매우 잘됐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의 대표적인 야권 지도자인 마차도는 시민단체를 세워 정권과 맞서다 2010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의회에서 정부 부패와 권력 집중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로 인해 2014년 국회에서 제명됐고 이후에도 탄압받다가 지난해 하필이면 트럼프 대통령이 탐내던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마차도는 미국이 새해 들어 석유 장악과 마약 차단 등을 내세워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뒤 자신이 베네수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외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정권을 붕괴시킨 후 마차도에 대해 "현재로선 그녀가 지도자가 되기는 매우 어렵다. 국내에서 지지나 존경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런 상황에서 베네수엘라의 권력을 쥔 인물이 마두로 정권의 부통령이던 로드리게스다.
로드리게스는 마두로 축출 직후에는 미국과 맞서 싸우겠다며 대립각을 세웠으나 이후 태세를 바꿔 베네수엘라의 운명을 쥔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공격 11일 만인 지난 14일 로드리게스와 처음으로 통화하고 석유 분야 등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런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에게 마차도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행정권을 쥔 실질적 통치자로 올라섰으나, '국민 영웅'으로도 불리는 마차도의 존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차도에게 로드리게스는 최근까지 자신을 탄압하던 마두로의 하수인이자 자신의 신념인 '민주 정부'를 세우려면 제거해야 하는 정적이다.
백악관은 새로운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결국 베네수엘라 정국이 확실한 안정권에 접어들 때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두 여성 지도자의 '충성'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까지 로드리게스와 과도 정부의 국정 운영에 만족하고 있다고 백악관이 밝히면서 당분간 현재의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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