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헛 판결에 프랜차이즈업계 '차액가맹금 줄소송 비상'(종합)

입력 2026-01-15 15:42
피자헛 판결에 프랜차이즈업계 '차액가맹금 줄소송 비상'(종합)

프랜차이즈 업계 "산업 붕괴 우려"…점주 "차액가맹금 부당함 확정"

전문가 "불투명한 유통마진 고질병 고쳐야…로열티로 전환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한주홍 기자 = 한국피자헛이 가맹점주에게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프랜차이즈업계 전반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차액가맹금'을 둘러싼 대법원 판단이 치킨·버거·커피·슈퍼마켓 등 다른 가맹 사업체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이미 약 20개 브랜드 가맹점주가 차액가맹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에서 이번 판결 이후 다른 여러 브랜드 점주도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 피자헛, 로열티 받으면서 계약서에 없는 원·부자재 마진도 챙겨

대법원은 15일 피자헛 가맹점주들이 지난 2016∼2022년 지급한 차액가맹금을 반환하라며 본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피자헛이 차액가맹금 215억원을 반환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원·부자재를 공급하고 적정한 도매가격을 넘겨받는 금액이다. 물품 대금에 유통 마진을 매겨 그 차액을 가맹금으로 받는 방식이어서 차액가맹금이라 부른다.

피자헛 점주들은 가맹계약 당시 최초 가맹비와 매달 고정 수수료(총수입의 6%)와 광고비(총수입의 5%)를 낸 데 이어 피자헛 가맹본부에서 피자 원·부재료를 공급받고 매달 물품 대금을 부담해왔다.

대법원은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을 수령하는 경우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이에 그 수령에 관해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필요하다"며 피자헛의 사례에선 이 같은 합의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가맹점주와 가맹본부 사이에 가맹점주에게 불리한 내용의 묵시적 합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가맹본부와 점주 사이의 사회·경제적 지위, 가맹계약 체결 경위와 전체적 내용, 충분한 정보 제공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판결 직후 프랜차이즈 업계는 우려를 나타냈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업계의 오랜 관행이자 유통업계의 일반적인 상거래 관행을 뿌리째 뒤흔드는 결정"이라며 "매출 162조원 규모의 프랜차이즈 산업은 붕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논평에서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관례처럼 수취해온 차액가맹금의 부당함을 확정한 판결"이라며 "부당한 필수품목 지정과 과도한 유통 마진 수취라는 관행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과 환영했다.

◇ BBQ·bhc·교촌·맘스터치·투썸플레이스 등 약 20건 소송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의 파장이 클 것으로 본다. 현재 차액가맹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에 휘말린 업체는 BBQ, bhc, 교촌, 굽네, 처갓집양념치킨, 푸라닭 등 주요 치킨 브랜드와 맘스터치, 버거킹 등 버거 브랜드를 비롯해 배스킨라빈스, 투썸플레이스 등이다.

그간 피자헛 소송의 결론을 기다리며 관련 재판이 멈춰 있던 상황에서 이날 상고심 결론이 나오면서 다른 소송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피자헛 사례를 업계 전반에 확대해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른 브랜드는 피자헛과 상황이 다르니 다퉈봐야 한다"면서 "피자헛은 로열티를 받으면서도 차액가맹금을 받았지만 다른 대부분 브랜드는 로열티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가맹사업법이 2024년 개정되면서 차액가맹금 관련 사항을 가맹계약서에 반드시 명시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며 "현재 계약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관련 소송이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차액가맹금 명시 의무가 생긴 이후 체결된 계약은 법적 분쟁 소지가 줄었지만, 그 이전 계약을 대상으로 한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맹계약서에 차액가맹금 관련 조항을 두지 않은 가맹본부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관련 소송이 확대될 것"이라면서 "이 판결을 지켜보는 가맹점주들이 많다. 소송을 진행하려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보자고 소송을 미룬 점주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으로 관련 소송의 쟁점은 차액가맹금에 대한 명시적 합의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차액가맹금에 대한 합의가 존재했는지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는지가 향후 다른 소송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전문가 "수익구조 투명하게 바뀌어야…차액가맹금 구조 탈피해 로열티로 전환"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프랜차이즈 업계의 수익 구조가 투명하게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 등에선 로열티(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 지급) 방식으로 수익을 가져가는 데 반해 우리나라에선 가맹본부가 과도한 필수품목을 구입하도록 강제하면서 높은 유통 마진을 매기는 불투명한 방식이 관행처럼 이어져 오래전부터 비판의 대상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난해 가맹본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맹본부가 계속가맹금(영업 개시 후 계속 지급하는 가맹금)을 '차액가맹금만 수취'하는 비중은 22.9%였으며, '로열티와 차액가맹금을 병행 수취'하는 비중은 38.6%로 이를 합치면 차액가맹금을 받는 가맹본부는 61.5%에 달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랜 관행이라는 이유로 유지돼 온 불투명한 비용 구조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이번 소송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차액가맹금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로열티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ykim@yna.co.kr, ju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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