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위법판결] 트럼프가 꺼내든 대체 카드에 불확실성 짙어진 시장(종합)
금융시장 출렁이고 달러·美국채 하락…관세 환급·소비자價 인하 여부도 불분명
무역법 122조·301조로는 IEEPA 대체 어려울 수도…"단기적 수단일 뿐"
(로스앤젤레스·서울=연합뉴스) 김경윤 특파원 임미나 기자 = 미국 연방 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놨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대체 관세를 꺼내 들면서 세계 경제가 새로운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상호관세 및 '펜타닐 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고 곧장 세계 각국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에 서명하며 맞불을 놓았다.
대법원의 판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응수가 연달아 발표되는 가운데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이날 장 마감을 앞두고 주요 지수들이 판결 발표 직후 몇 분 만에 급등했다가 하락하며 등락을 반복했다고 NBC뉴스는 전했다.
특히 미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09%, 30년물 국채 금리는 4.74%까지 올랐다. 통상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환산한 달러지수(DXY)는 97.79로 마감했다. 2월 들어 강세를 보였고 나흘 연속 상승하던 달러는 이날 하락으로 돌아섰다.
미 국채와 달러 가치는 미국의 안정성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만큼 미국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는 시장의 평가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대체 투자처로 꼽히는 귀금속 시장은 강세를 보였다.
은 현물 가격은 온스당 5.8% 상승한 82.92달러를 기록했고, 백금과 팔라듐 현물가는 각각 4.5%, 4% 올랐다.
금 현물은 1.5% 상승한 온스당 5천71.48달러를 기록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관세 환급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고율의 관세를 지불한 기업들이 이번 판결로 환급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세부 지침이 없어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에버코어는 "대법원이 환급 지침을 주지 않아 그 과정이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 것이며, 그 자체로 법적·행정적 수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인하를 기대하겠지만, 이 역시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용평가사 피치의 올루 소노라 미국 경제 부문장은 "관세가 어떤 형태로든 다시 부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들은 관세율이 완전히 안정될 때까지 가격 인하를 꺼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 122조와 301조를 대체 카드로 내세웠지만, IEEPA의 완벽한 대체가 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관세의 경우 150일이라는 시한이 존재하고, 301조는 외국이 차별적인 관행을 통해 미국과의 상거래를 제한했다는 조사 결과가 필수적으로 나와야 한다. 이 조사에는 몇 달이 소요된다.
그레고리 파라넬로 아메리벳 증권 미 금리 전략 책임자는 블룸버그 통신에 "이는 단기적인 수단일 뿐"이라며 "지금까지 체결한 여러 무역 협정의 세부 조항 속에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을 것(The devil will be in the details)"이라고 내다봤다.
그레타 파이시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법률고문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IEEPA와 유사한 체계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IEEPA만큼 빠르고 유연한 무역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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