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대신 쿠팡 키운 마트 14년 규제…'핀셋완화' 목소리
대형마트3사 매출, 쿠팡에 못 미쳐…점포·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업계 "기울어진 운동장"…'새벽배송 제한 완화법' 1년 넘게 계류
전문가 "제한 풀어 공정 경쟁·소비자 편익 확보해야"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대형마트 규제를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이 오는 17일 시행된 지 14년을 맞는다.
전통시장을 포함한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2012년 1월 시행된 후 2013년 개정을 거쳐 의무 휴업일을 월 2회, 영업 제한 시간은 자정에서 오전 10시로 정한 규제가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이 법은 지난해 11월 23일 만료를 열흘 앞두고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9년 11월 23일까지 일몰을 4년 연장하는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이 규제는 다시 법 개정이 없는 한 20년 가까이 이어지게 됐다.
유통업계 안팎에선 규제가 애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빠른 산업 변화를 반영하지 않으면서 유통 시장을 왜곡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의 발이 묶인 사이 골목 상권이 살아나는 게 아니라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쿠팡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만 결과적으로 급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됐기 때문이다.
◇ 쿠팡의 역전…대형마트 3사 합산 매출보다 많아
쿠팡의 연간 매출은 지난 2023년부터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합산 매출을 앞질렀다.
쿠팡의 매출액은 지난 2020년 13조3천억원에서 2021년 22조2천256억원, 2022년 27조2천102억원, 2023년 31조8천298억원, 2024년 41조2천901억원 등으로 급속히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대형마트 3사의 합산 연 매출은 27조3천326억원, 27조4천380억원, 28조5천741억원, 28조3천401억원, 28조6천218억원 등으로 정체 양상을 보였다.
지난 4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대형마트의 소매판매액지수는 83.0으로 전달보다 14.1%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소매판매액지수 하락 폭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래 가장 낙폭이 컸던 2012년 3월(18.9%) 이후 13년 8개월 만에 최대이자 역대 3위에 해당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은 1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형마트 영업규제 효과가 목적과 달리 전통시장에 가지 않았다"며 "오프라인 마트만 규제한 게 온라인 유통이 급성장하게 된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 줄어드는 대형마트 일자리…지역 경제 기반 약화
이렇게 차별적인 규제로 온라인 유통 시장의 장악력이 빠른 속도로 커지면서 대형마트의 일자리 창출 기능은 떨어졌다.
행정안전부 공공데이터 포털의 국민연금 가입 사업자 내역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대형마트 3사는 6만2천790여명의 직원이 근무했지만, 작년 11월 기준 5만320여명으로 약 20% 감소했다.
이는 성장 동력이 약화한 대형마트들이 점포를 줄인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 2015년 기준 대형마트 3사 기준 전체 점포 수는 414개 점이었으나 2019년 423개 점까지 늘어난 이후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해 작년 9월 말 기준 392개 점에 그쳤다.
기업 회생 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는 작년 말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6년간 41개 점포를 폐점하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이 같은 점포 축소는 가속화 할 전망이다.
대형마트 취업자 가운데 지역 주민 출신이 많고 이를 둘러싼 협력·납품업체와 같은 '마트 생태계'를 고려하면 지역 경제 기반도 약화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새벽배송 풀어야"…핀셋 규제 완화 요구하는 대형마트
이에 따라 영업시간 제한만이라도 풀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과거 입법 당시 대형마트의 24시간 영업을 규제하면서 배송 시간도 제한했다. 새벽 배송이 가능한 온라인 기업과 비교하면 대형마트는 역차별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이라는 이중 규제에 묶이며 유통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며 "경쟁 세력이 존재해야만 특정 기업이 소비자 위에 군림하는 식의 구조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에 대형마트 약 400개, 기업형 슈퍼마켓 약 1천400개 등 1천800개 이상의 오프라인 점포가 있다. 이를 물류거점으로 활용할 경우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혀 편익도 같이 올릴 수 있다는 게 대형마트의 주장이다.
지난 2024년 하반기 영업규제 시간대에도 온라인 영업을 허용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복수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정 원장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만들어야 하고, 소비자들이 다양한 구매 채널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국회의 조속한 법 처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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