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칼럼] 2026년 아프리카도 'K자 양극화' 두 말 달린다
최두영 고려대 아시아·아프리카개발협력센터 연구위원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2026년 '붉은 말의 해', 아프리카 대륙이 마주한 현실은 잔인할 만치 다른 방향으로 두 말이 달리고 있다. 동북부 수단에서는 내전이 발발한 지 1천일을 넘겼다. 국가는 군벌로 쪼개졌고, 서로 총부리를 겨눈 채 소모전을 이어가고 있다. 다르푸르 지역의 기근은 이미 현대사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같은 시각, 페이스북으로 유명한 글로벌 기업 IT 기업 메타(Meta) 그리고 구글 등이 아프리카에 케이블을 깔면서 서아프리카에 있는 나이지리아는 새로운 IT 붐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2026년 경제 수도 라고스에서는 글로벌 IT 기업 에퀴닉스(Equinix)가 2천200만달러(약 320억원)를 투자하며 새로운 최첨단 데이터센터가 열렸다. 한쪽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글로벌 빅테크와 함께 말이 뛰기 시작한다. 이 극단적인 대비야말로 2026년 아프리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양극화'다.
여기서 에퀴닉스라는 이름에 잠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에퀴닉스는 단순한 IT 기업이 아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전문 부동산투자신탁(REITs) 기업이다. 보통 리츠(REITs)란 사무실이나 상가에 투자해 임대 수익을 올리는 구조라면, 에퀴닉스는 서버를 보관하는 대형 데이터센터를 짓고 구글·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에 공간을 임대하는, 말하자면 '디지털 시대의 건물주'다.
2020년대 들어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붐이 일면서 이 산업의 가치는 급격히 뛰었다. 서비스 자체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막대한 전산 연산 능력이 필요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아프리카에서의 수요도 높다. 특히 냉각 설비와 전력 인프라까지 갖춘 데이터센터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 흐름을 미리 내다본 에퀴닉스는 국가를 가리지 않고 시장이 있다면 과감히 진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 기업은 기술 부동산 업계의 최상위 기업이자, 인공지능 시대의 대표적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이 거대 자본이 전쟁과 빈곤의 이미지가 겹친 아프리카에 과감히 투자했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이는 아프리카가 더 이상 원조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 디지털 인프라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의 전장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단일 서사의 종말… 성장의 착시와 각자도생
수십 년간 미디어와 투자자들을 끌어당겼던 '떠오르는 아프리카'(Africa Rising)라는 단일 서사는 이제 힘을 잃었다. 2026년의 아프리카는 더 이상 하나의 덩어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어떤 국가는 에퀴닉스와 손잡고 도약하는 '개혁 국가'로 부상하는 반면, 어떤 국가는 부채와 분쟁의 늪에 빠진 '취약국'으로 밀려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2026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경제성장률을 4.0∼4.3%로 전망한다. 수치만 보면 분명 반등이다. 그러나 이는 '평균의 착시'에 가깝다. 아프리카 대륙의 맹주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그간 문제가 되어오던 만성적 전력난을 개선하면서 대륙 최대 경제국 지위를 유지하고, 이집트와 나이지리아가 그 뒤를 잇는다. 하지만, 이 성장은 그들의 성장이지 아프리카 모든 국가의 성장은 아니다.
또한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은 둔화하고 있지만, 나이지리아·에티오피아·앙골라 서민들은 화폐 가치의 폭락으로 인해 고물가에 시달린다. 대외 환경 역시 각자도생을 부추긴다. 2026년 아프리카를 흔든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이다. 2025년 9월 만료된 이 제도의 향방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철저한 '거래 중심 외교' 속에서 불확실성에 빠졌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세운 가치 연대는 철저히 이해관계 중심의 거래로 대체되고 있다. 케냐는 미국과 양자 무역 협정(STIP)을 추진하며 독자 노선을 택했다. G20과 아프리카연합(AU)이 추구한 가치보다 독자 노선을 택했다. 이는 케냐에는 안전판이지만, 대륙 전체로 보면 단일 시장의 협상력을 약화하는 양날의 검이다.
◇자원 지정학의 이동… 서구·중국 지고 '오일머니' 뜬다
이번 양극화 국면에서 주목할 변화는 자본의 국적이다. 서구 자본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중국의 '일대일로'는 속도 조절에 들어간 사이, 새로운 플레이어가 중동에서 나타났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와 같은 중동의 산유 부국들이다. 이들은 중국처럼 인권이나 민주주의 같은 정치적 조건을 거의 묻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더욱 우호적인 면도 있다. 사우디는 광물과 산업단지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UAE는 앙골라와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의 항만·물류 거점을 장악했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이 '조건 없는 자본'은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대륙 곳곳에서는 인프라 경쟁도 치열하다. 아프리카 대륙을 중심으로 서쪽에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지원하는 '로비토 회랑'이, 동쪽에서는 중국이 개보수에 나선 '타자라 철도'가 광물을 실어 나른다. 이를 지렛대로 짐바브웨와 나미비아는 광물 원석의 수출을 금지하고 현지 가공을 장려하는 등 이른바 '자원 민족주의'를 선언했다. 이러한 자원들은 원자재가 아니라, 외교와 협상의 전략적 수단이 되고 있다.
◇청구서가 된 기후와 부채, 그리고 '젠지'의 분노
2026년 1월 1일, EU는 유럽 밖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탄소 배출량만큼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하면서 기후 변화는 아프리카에 추상적 위기가 아닌 구체적인 '비용 청구서'가 됐다. 이 제도로 인해, 탄소 배출량이 많은 알루미늄 등 광물 산업에서 모잠비크 등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기후 대응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무역 장벽을 만들고 있다.
아프리카의 만성적인 부채 문제도 어떻게 바뀔지 주목해야 한다. 2026년 2분기 출범 예정인 아프리카 신용평가기관(AfCRA)을 통해 아프리카는 자신들의 부채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기 위해 서구 신용평가사와 협상을 통해 금융 주권을 회복할지 또는 실패할지 갈리게 되는 2026년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대륙의 평균 연령의 대부분은 '젠지'(Gen Z) 세대다. 2026년의 아프리카 정치는 노련한 정치인이 아니라 이들 세대가 이끌어 갈 것이다. 케냐와 마다가스카르의 젊은이들은 틱톡과 X(옛 트위터)를 통해 지도부 없이도 정부를 흔드는 힘이 생겼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물, 전기, 일자리다. 2026년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서 선거가 진행된다. 1월 우간다 선거를 시작으로 선거들이 이어질 텐데 과연 아프리카 젊은이들을 기존의 제도가 흡수할 수 있을지 시험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아프리카'라는 단어 하나로 이 거대한 대륙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이제 게으르다. 2026년의 아프리카는 동시에 기회의 땅이자 위기의 땅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아프리카를 보느냐'다. 고통스러운 개혁을 완수하고 글로벌 자본을 끌어들이며 실리 외교를 펼치는 국가들은 도약할 것이다. 반면 수단이나 민주콩고 동부처럼 '잊힌 전쟁'에 갇히거나, 기후 규제의 파고를 넘지 못한 국가는 대분화의 그늘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2026년의 아프리카를 읽으려면 '대륙'이라는 낡은 지도를 덮어야 한다. 대신 54개 국가, 수백 개의 도시, 그리고 그 안에서 작동하는 제도와 사람을 보아야 한다. 그 차이와 균열 속에 우리가 찾고자 하는 2026년 아프리카의 진실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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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두영 박사
현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아시아·아프리카개발협력센터 연구위원,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겸임교수, 국제개발협력학회 아프리카위원장,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경제학 박사. 주에티오피아 대사관 전문직 행정원 역임, '아프리카 비즈니스 환경과 시장 진출 전략', '동아프리카 스타트업 시장분석' 등 아프리카 경제 및 디지털 전환에 관한 다수 논문과 보고서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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