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칼럼] 2026 아프리카 대전망…'기회의 대륙'→'실전의 대륙'

입력 2026-02-03 07:00
[우분투칼럼] 2026 아프리카 대전망…'기회의 대륙'→'실전의 대륙'

미국 우선주의의 파고…아프리카는 왜 더 단단해지는가

김명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부사장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2026년 새해를 맞이한 아프리카 대륙 앞에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놓여 있다. 지난 1년간(2025년) 전 세계를 휩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와 거래 중심적 외교 정책은 아프리카의 정치·경제 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과거 원조와 협력의 틀 안에서 움직이던 미-아프리카 관계는 이제 철저한 실리와 자원 안보 위주의 '거래'(Transaction) 관계로 재편됐다.

우리는 이제 '희망의 대륙'이라는 막연한 수사나 '분쟁의 땅'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2026년의 아프리카는 트럼프발 통상 압박이라는 외풍에 맞서 대륙 내 경제 통합을 가속화하고, 미·중 간 지정학적 틈새에서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영민한 전략가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본 기고문에서는 2026년 현재 아프리카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트럼프 행정부의 영향력을 중심으로 진단해 보고자 한다.



2026년 아프리카 경제는 대외적 충격과 내생적 성장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인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미국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행정명령에 따른 보편 관세 도입이다. 2025년 출범 직후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10∼20%의 상호 관세는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자동차 부품 산업이나 레소토의 의류 제조업은 관세 폭탄으로 인해 고용 위기를 겪으며 '미국 우선주의'의 파고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풍 속에서도 아프리카 전체 경제성장률이 4%대를 유지하는 이유는 성장의 '비대칭성'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반 공산품에는 강도 높은 관세 압박을 가한 데 비해, 미국의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에 필수적인 핵심광물을 둘러싸고는 일률적 제재보다 개별 국가와 협상 여지를 남기는 실용적 접근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광물을 보유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관세 리스크 속에서도 전략적 협상력을 확보하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잠비아, 기니와 같은 자원 부국들은 오히려 미국 기업들의 투자가 집중되며 호황을 누리지만, 자원이 부족하고 제조업 경쟁력 역시 취약한 국가들은 경기 침체의 늪에 빠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인구의 60%가 25세 이하인 젊은 인구 구조가 창출하는 내수 소비 시장 또한 외부 충격을 완화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은 아프리카의 정치 지형을 '가치 외교'에서 '실리 외교'로 빠르게 전환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하던 민주주의·인권·거버넌스 개선이라는 외교적 기조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앞에서 힘을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적 이익이나 안보적 필요(중국 견제)에 부합한다면, 해당 국가의 통치 행태에 개의치 않는 철저한 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 내 독재 정권이나 군부 세력에게는 일종의 '면죄부'로 작용하고 있다. 사헬 지대의 쿠데타 벨트 국가들은 서방의 민주화 요구를 비웃으며, 미국과는 자원과 대(對)테러 협력을 논의하고 중국과 러시아와는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다각도 외교를 펼치고 있다. 2026년 현재 아프리카의 정치는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우려와 '전략적 자주권' 확보라는 기대가 엇갈리는 복합적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브릭스 플러스'(BRICS+)의 영향력 확대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불안을 느낀 이집트,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등 주요국들은 브릭스 체제(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신흥 경제국)에 합류해 결속을 강화하며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브릭스 가입국에 대해 추가 관세를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는 흐름이다.



미국의 통상 압박은 역설적으로 아프리카 내부의 단결을 촉발했다. 2026년은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가 선언을 넘어 이행과 운영이 가속화되는 시기가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프리카 국가들과 개별적인 양자 무역 협정을 요구하며 대륙의 통합력을 약화하려 함에 따라, 아프리카연합(AU)은 역내 관세 철폐와 물류 통합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6년을 전후로 아프리카의 역내 결제 환경은 범아프리카 결제 및 정산 시스템(PAPSS)과 핀테크가 병존하는 다층적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PAPSS가 국가 간 무역 결제의 제도적 틀을 제공하는 한편, 실제 소비와 소액 거래에서는 민간 핀테크의 영향력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달러 의존도를 완화하고 역내 교역 확대의 기반을 점진적으로 넓히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6년 우리가 마주한 아프리카는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초래한 불확실성은 우리에게도 도전인 동시에 기회다. 미국과 중국이 자원과 패권을 두고 충돌하는 사이, 아프리카 국가들은 기술력과 진정성을 겸비한 '제3의 파트너'를 갈구하고 있다.

한국은 아프리카에 단순한 자원 개발 협력을 넘어, 그들이 간절히 원하는 '산업화의 경험'과 '디지털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다. 아프리카는 이제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들의 자주적 열망과 미국의 실리주의 사이에서 한국만의 정교한 'K-아프리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명희 부사장

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부사장, 단국대 중동·아프리카학 박사, 헬싱키 경제대 MBA, 저서 '물어물어 찾아낸 나의 친구 아프리카', 아프리카지역본부장·파리관장·케냐관장·알제관장·소피아관장 등 역임.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