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폭죽, 천장 닿자 몇 초만에 불 번져"…생지옥 된 휴양지
140여명 사상자 낸 스위스 술집 화재에 수백명 애도 발길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들뜬 분위기의 새해맞이 파티. 젊은이들로 가득 찬 술집에서 바텐더가 샴페인 병 위에 폭죽을 꽂은 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순간 술집 천장에 불꽃이 옮겨붙고, 삽시간에 화마가 술집을 집어삼켰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스위스 발레주 크랑 몽타나의 술집 르 콘스텔라시옹 화재 생존자들이 증언한 불길의 시작점은 샴페인에 꽂은 작은 폭죽이었다.
현장에 있었다는 프랑스인 생존자 엠마는 프랑스 방송 BFMTV에 "몇몇 병들이 천장 가까이에 있었고 불이 붙었다"며 "천장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고 불이 빠르게 번졌다. 불과 몇 초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존자 악셀 클레비어(16)는 불길 시작점은 보지 못했지만 여자 종업원이 샴페인 병에 폭죽을 꽂아서 가져오는 것은 봤다며, "완전 아수라장이었다"고 전했다.
이 화재로 세계적인 스키 휴양지이자 흥겨운 파티가 열리던 크랑 몽타나의 술집은 생지옥으로 바뀌었다.
약 200명이 탈출하려고 좁은 층계참에 몰리면서 서로 밀쳤고, 부상자들이 계단을 막으면서 빠져나가기 더 힘들어졌다고 한다.
텔레그래프가 확보한 영상에서는 파티를 즐기던 사람들이 불길과 연기가 자욱한 방안에 갇혀 있고, 출구는 인파에 막힌 모습이 확인된다. 살기 위해 사람들을 뚫고 나가려는 이들의 비명과 고함도 담겼다.
화재 현장에 들어갔다는 한 남성은 BBC 뉴스에 "사람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타 있었고 옷가지도 남아있지 않았다"며 참혹했던 현장 모습을 전했다.
당시 한 청년은 길 건너편에서 20여 명이 연기와 불길을 피해 빠져나오려 아수라장이 된 모습을 봤다며 "공포 영화 같았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로 최소 40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다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추모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밤부터 화재 현장 인근에서 수백명이 눈물 속에 애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술집으로 이어지는 도로 초입에 간이 테이블이 놓였고, 사람들이 모여들어 꽃을 두고 조의를 표했다. 바닥에 놓인 크고 작은 초들이 조용히 불을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한 추모객은 "죽고 다친 사람들이 있고, 우리랑 가까운 사람도 실종 상태"라며 한 아름의 꽃을 안고 한참을 서 있었다.
미나라는 이름의 또 다른 추모객도 "내 아들이 희생됐을 수도 있었다"며 "지난밤에 아들이 거기 없었던 것은 그저 우연이었을 뿐"이라고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사고에 눈물지었다.
일부 술집도 영업을 종료하고 추모에 동참했으며, 몽타나역 교회에서는 이날 희생자들을 기리는 예배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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