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로 변한 이란 반정부시위…강경진압 속 7명 사망(종합2보)
인권단체, 샷건 들고 방어구 착용한 경찰 사진 공개…"무자비하게 발포"
이란 당국, 수도 테헤란서 '공공질서 교란' 혐의 30명 체포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곽민서 기자 = 이란에서 화폐가치 폭락과 고물가 등 경제난에 항의하는 시위가 거세게 확산하고 있다.
닷새 만에 시위대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최소 7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나, 이란 정부가 본격적인 강경 진압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 테헤란에서 시작된 이번 시위는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으며, 일부 시위대 사이에서는 정권 종식과 왕정 복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1일(현지시간)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이란 남서부 로르데간에서 현지 경찰이 시위 주도자를 체포하다가 2명이 사망하고 여럿이 다쳤다.
사망자 신원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노르웨이 오슬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쿠르드계 인권 단체 '헹가우'는 시위 참가자 2명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사망자 중 한 명이 실탄에 맞았고, 병원으로 옮겨지기 전에 사망했다고 전했다.
서부 로레스탄주 아즈나에서도 시위대가 경찰 본부를 공격해 3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고 파르스통신이 보도했다.
아즈나는 이란 원주민인 루르 부족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으로, 현재 가장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는 현장으로 알려졌다.
중부 이스파한주 풀라드샤르에서도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는 과정에서 남성 1명이 사망했다고 AP통신이 현지 관영 매체를 인용해 전했다.
전날에는 서부 로레스탄주의 쿠다슈트에서 시위에 대응하던 바시즈민병대 1명이 숨지고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군인 13명이 다쳤다고 반관영 타스님통신이 보도했다. 바시즈민병대는 이란 신정체제를 수호하는 IRGC에 연계된 준군사조직이다.
시위대와 민병대를 합쳐 최소 7명이 숨진 셈이다.
경제난에 대한 항의로 시작한 시위는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시위대 중 다수는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통치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일부는 왕정 복귀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이란 정부는 폭력을 동원한 진압에 나섰다. 현지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영상에서는 진압대의 발포 이후 시위자들이 총에 맞고 바닥에 쓰러진 모습이 포착됐다.
거리에서 물건이 불타고 총성이 울리는 가운데 군중이 진압대를 향해 "부끄럽지 않냐. 부끄럽지 않냐"라고 외치는 영상도 온라인으로 퍼져나갔다.
한 목격자는 "그들(당국)은 무자비하게 발포하고 있다. 이곳은 전쟁터"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현지 상황을 전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이란 압돌라흐만 보루만드 인권센터는 신체 방어구를 착용하고 산탄총을 든 것으로 보이는 이란 경찰관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란 당국은 테헤란에서 시민 30명을 '공공질서 교란' 혐의로 체포했다고 타스님통신이 전했다.
또 이란 정부는 지난달 31일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전국적으로 공휴일을 선포하고 학교·대학·공공기관 등의 휴업을 명령했는데, 이는 내부 불안을 잠재우고 시위를 진압하려는 시도로 해석됐다.
당국은 시위 확산 차단에 나서면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민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날 이란 정부 대변인 파테메 모하제라니는 엑스(X·옛 트위터)에 성명을 올려 "대통령이 상인 대표들과 회동하고 지역별로도 직접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대화는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수도 테헤란에서 상인들이 시작한 시위는 대학생 등 청년층의 가담으로 가담하며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란은 핵프로그램, 미사일 개발, 역내 테러 지원을 이유로 한 서방의 오랜 제재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는 중이다. 최근에는 환율 폭등에 대한 책임으로 중앙은행 총재가 경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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