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트럼프-네타냐후 회담 직후 "당신들은 우리 못 꺾소"

입력 2025-12-31 10:05
수정 2025-12-31 10:40
이란, 트럼프-네타냐후 회담 직후 "당신들은 우리 못 꺾소"

아락치 외무장관, 英매체 기고문 '대화로 윈윈' 촉구

"이란, 미국과 전쟁 원치 않아 자제했지만, 무한정 지속은 안 돼"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장관이 영국 신문에 낸 기고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촉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0일(현지시간) "당신들은 이란을 결코 꺾을 수 없소, 트럼프 대통령. 하지만 진짜 대화로 우리 양측 모두 이길 수 있소"라는 제목으로 아락치 장관의 기고문을 실었다.

이같은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이란에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다음날 나온 것이다.

아락치 장관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만을 당해 이스라엘을 믿음직한 우방으로, 테헤란을 적으로 보고 있다"며 "그는 증거를 검토하고 생각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6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도록 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이를 계기로 이스라엘의 무모함이 모두에게 위협이 된다는 점을 미국인들과 미국의 아랍 우방들이 깨달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그 대리인들은 '결정적 승리'를 거뒀다면서 이란이 약화됐고 저지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넓이는 서유럽과 맞먹고 인구는 이스라엘의 10배다. 이런 엄청난 전략적 심도 때문에 우리 나라 지방 대부분은 이스라엘의 침략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락치 장관은 미국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 이스라엘에 속아서 2015년 핵합의를 파기하고 "최대 압박"을 이란에 가했으나 "최대 저항"을 낳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과 미국 양쪽 모두와 친한 친구들이 (이란과 미국 사이의) 대화를 촉진하고 (앞으로 협상이 이뤄질 경우) 협상 결과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이행을 지원할 의향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란-미국 핵 협상 와중에 이스라엘이 외교를 공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상호 존중과 상호 이익을 바탕으로 한 합의의 가능성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아락치 장관은 협상은 항복 조건을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을 미국이 받아들여야만 한다며, 외교를 통해 평화를 추구함으로써 불필요한 위기를 마침내 종결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촉구하면서 이는 그의 전임자들 중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미국과의 전쟁을 원한 적이 결코 없다. 6월에 우리의 장성들이 보여준 자제가 이 점을 증명한다"며 만약 이런 자제가 없었더라면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들이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락치 장관은 "그런 자제가 약함을 드러낸 것으로 오해되거나 무한정 유지될 것이라고 가정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인미답의 길을 가려는 이들에게 잠깐 기회의 창이 열려 있다"며 "악순환을 끊으려면 단순히 악순환을 지속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며 글을 끝맺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소재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후 연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핵 시설 재건과 미사일 전력 재비축을 기도한다면 군사 행동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미사일 전력 재건을 명분으로 공격에 나선다면 지지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다시 전력을 키우려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만약 그들이 그렇게 한다면 우리가 그들을 때려눕혀야 할 것"이라며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란이 핵 시설 재건에 나선다면 미국이 다시 직접 군사 행동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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