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포위훈련으로 4월 트럼프 방중前 '전략적 공간' 확보"
대만 안보 관계자 분석…"中훈련방식, 접촉 없이 압박하는 '감금과 질식'"
(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미국의 사상 최대 규모 대(對)대만 무기 판매에 반발해 개시한 중국군의 대만 포위훈련이 내년 4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이전에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대만 국가안보 관계자의 분석이 나왔다.
30일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익명의 대만 국가안보 관계자는 전날 시작된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의 '정의의 사명-2025' 훈련에 이같은 목적이 숨어있다며, 이번 훈련이 겨냥하는 4대 목표를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우선 세계 각국이 현재 대만해협보다는 우크라이나전쟁과 중동 정세에 주목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러한 전략적 '틈새'를 이용해 전체 도련선(중국이 설정한 가상의 해상 안보라인)에 대한 극단적 압박을 통해 내년 4월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에서 전략적 입지를 최대한 확보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계기로 중국이 일본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이래 황해, 동중국해, 대만해협, 남중국해에 대한 회색지대 전술(저강도 도발로 안보 목표를 이루려는 군사행동)과 중국 군용기·군함을 이용한 제1도련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 주변에서의 군사적 압박에 나서고 있다면서, 중국군 함재기의 일본 자위대 전투기에 대한 '레이더 조준'으로 일본을 압박했지만 효과가 없자 압박의 초점을 대만으로 돌리려는 것이 두 번째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의 대만 군사무기 판매 승인을 계기로 중국이 대만 포위 훈련으로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마지노선을 시험하려는 것이 세 번째 목적이라면서, 특히 중국의 훈련 항목에 포함된 지상 기동 목표물 타격 훈련은 대만이 구매한 다연장 로켓 하이마스(HIMARS·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를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국군 훈련의 네 번째 목적으로 중국 경제가 하향 곡선을 걷는 가운데 군 지휘부의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 등에 따른 내부 압박을 외부로 돌리려 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난달 중국이 대(對)일본 압박 수위를 높이기 시작하면서 대만은 이미 중국군 동향을 예의주시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군함이 지난주 제1 도련선을 지나 제2 도련선(일본 이즈반도∼괌∼사이판∼인도네시아)을 통과했고 지난 28일에는 미야코 해협을 지나 대만 동부 외해로 우회한 것을 포착했다며, 대만은 중국 군함의 이동을 대만에 대한 군사훈련으로 판단해 '즉시 전비 태세 훈련'을 가동해 대응 및 배치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한편, 쑨빙중(孫秉中) 전 대만 국방부 정세연구센터 부센터장은 중국의 이번 대만포위훈련 범위와 구역이 커지면서 점점 더 대만 본섬에 접근하고 있다고 전날 지적했다.
쑨 부센터장은 "이번 중국군의 훈련 방식을 한발짝씩 압박하지만 접촉은 하지 않는 '감금과 질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며 "중국군이 대만에 대한 위협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탄도미사일 등을 대만 영공을 통과하도록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 관계자도 중국의 군사훈련이 영해인 12해리(22.2㎞)까지 근접하면서 대만 본섬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왕신셴 대만정치대 국제관계센터장은 최근 양즈빈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사령원(사령관)이 상장(대장)으로 승진한 이후 첫 대만 대상 군사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중국이 공개한 해당 군사훈련 영상이 사상 처음으로 중국어와 영어로 동시 방영된 것은 국제사회에 선전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jinbi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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