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예멘 분리주의 세력 또 공습…예멘 비상사태 선포(종합)

입력 2025-12-30 16:20
사우디, 예멘 분리주의 세력 또 공습…예멘 비상사태 선포(종합)

예멘 항구도시 하역 군수물자 대상…"무기·전투차량에 제한적 작전" 주장

사우디-UAE 대리전…'사우디 지원' 정부군 "UAE, 24시간 내 떠나라"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곽민서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랍에미리트(UAE)의 지원을 받는 예멘 내 분리주의 세력을 또 공습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군 당국은 30일(현지시간) 국영 통신사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분리주의 무장 세력'에게 흘러갈 무기 수송과 관련해 자국 공군이 예멘 항구 도시 무칼라에 하역된 무기와 전투 차량을 대상으로 '제한적 군사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군 당국은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에서 출발해 예멘에 도착해 하역된 무기들이 지역 안보와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작전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습으로 사상자가 발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우디 군 당국은 부수적인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해 야간 공격을 했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거론한 '분리주의 무장 세력'은 UAE의 지원을 받는 예멘 민병대인 남부 과도위원회(STC)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지난 22일 푸자이라에 있다가 28일 무칼라에 도착한 세인트키츠 국적선 '그린란드'를 겨냥해 공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의 양대 강국인 사우디와 UAE는 내전 중인 예멘에서 서로 다른 세력을 지원하면서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사우디는 예멘 정부군을 지지하지만, UAE는 과거 독립국이었던 남예멘의 부활을 추구하는 분리주의 세력인 STC를 지원한다.

최근 STC가 예멘과 사우디 국경 인근에 석유가 풍부한 지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양측간 긴장이 커졌다.

이에 사우디는 지난 26일 STC의 거점을 공습한 바 있다.

사우디와 UAE는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핵심 안보 파트너지만 예멘에서의 영향력 다툼 과정에서 양국 간 긴장도 커지고 있다.

AP는 "이번 공격은 UAE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 세력인 STC와 사우디 간 긴장이 새 단계로 격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는 후티 반군에 맞선 10여년에 걸친 전쟁 과정에서 서로 경쟁하는 진영을 각각 지원해온 사우디와 UAE 관계에 추가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군은 이날 분리주의 세력의 영토 장악에 대응해 국가 안보와 공공질서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90일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예멘 정부의 실질적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대통령 지도 위원회'의 라샤드 알-알리미 위원장은 정부군이 장악한 지역 내 모든 국경 통과를 72시간 동안 금지하고, 사우디가 허용한 경우를 제외하면 공항과 항구 출입도 금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UAE의 군대는 24시간 이내에 예멘을 떠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우디는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UAE가 예멘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밝혔다. 최근 자국 국경 인근에서 이어진 STC의 활동과 UAE를 직접 연관 지어 경고한 것이다.

사우디는 "국가안보를 침해하는 행위는 반드시 대응해야 할 '레드라인'"이라며 "UAE가 예멘 대통령 지도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군대를 철수하고, 양국 관계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UAE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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