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수 있을까…러, 회전방식 '인공중력 우주정거장' 특허
1분에 5회 돌아 달보다 강한 지구중력 50% 구현
우주비행사 건강 보호…구상 실현될지는 아직 불확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작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것처럼 우주정거장에 '인공중력'을 만드는 기술의 특허를 러시아 국영기업이 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로켓업체 '에네르기아'가 낸 특허가 러시아연방 지식재산권청 웹사이트를 통해 최근 공개됐다.
특허에 따르면 이 발명의 목표는 우주정거장 승무원들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인공 중력을 구현하는 것이다.
구조물의 전체적 모양은 마치 십자 모양 날개가 달린 선풍기처럼 생겼으며, 중앙부로부터 바깥쪽까지 잰 반지름은 약 40m다.
가운데에 회전 모듈이 있으며, 이것이 회전하면서 바깥쪽에 달린 '거주 모듈'을 함께 돌리고, 이를 통해 '겉보기 힘'인 '원심력'을 만들어내 거주 모듈에서 생활하는 우주인들이 바닥에 머무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구조물은 분당 약 5회전하며, 이를 통해 가장 바깥쪽에서 발생하는 인공 중력은 지구 표면 중력의 약 50% 수준이다.
이는 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분당 약 1회전으로 지구 표면 중력의 약 6분의 1, 즉 달 표면 중력 정도의 인공 중력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묘사된 것보다는 훨씬 강하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거주하는 우주인들은 사실상 무중력과 비슷한 생활 여건에서 살고 있다.
ISS에도 지구 중력이 엄연히 작용하기는 하지만, ISS가 자유낙하 상태로 지구 주변 궤도를 돌고 있기 때문에 여기 거주하는 우주인들에게는 마치 중력이 없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이런 생활 여건은 우주인들의 건강에 심한 악영향을 끼친다.
골손실, 근육손실, 심장기능 약화, 면역체계 변화, 시각 및 인지 문제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각국 우주개발 기관들은 마치 영화에서처럼 우주정거장에 인공중력을 만드는 방법을 검토해 왔으나 아직 실현되지는 않았다.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캐나다의 협력으로 만들어져 1998년부터 운영돼 온 ISS는 2030년에 퇴역 예정이며, 여러 나라 우주개발 기관들이 후속 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주개발기관 '로스코스모스'는 기존 ISS의 러시아 관리 부분을 일부 활용해 '러시아 궤도 우주정거장'(ROSS)을 건설할 계획이며, 이번에 공개된 에네르기아 특허가 여기 쓰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과 유럽우주국(ESA)은 달 주변을 도는 '루나 게이트웨이'의 건설에 착수할 예정이다.
반지나 바퀴처럼 생겼으며 회전을 통해 인공 중력을 만들어내는 우주정거장의 구상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러시아의 로켓 공학자 콘스탄틴 예두아르도비치 치올콥스키(1857-1935), 오스트리아-헝가리 육군 장교로 근무한 슬로베니아계 과학자 헤르먼 포토츠니크(1892-1929) 등이 이런 아이디어를 내놨으며, 독일과 미국에서 활동한 로켓 공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1912-1977)도 이런 아이디어를 지지했다.
나사와 스탠퍼드대는 1975년 '스탠퍼드 토러스'라는 회전하는 우주정거장의 구상을 제시했다.
도넛 모양으로 생긴 이 우주정거장 구상은 지름이 약 1.8㎞이고 분당 약 1회전을 해 지구 중력의 90-100%에 해당하는 인공중력을 만들어내고 약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나사는 '노틸러스-X'라는 이름의 우주정거장 계획 개발을 2011년에 시작했다가 예산 제약으로 중도에 포기했다.
이번에 나온 러시아 측 구장은 미국의 우주개발 스타트업 '배스트'(Vast)가 내놓은 '헤이븐' 구상과도 유사하다.
배스트는 시험용 전자기기와 기계를 실은 소형 우주선을 올해 11월 발사했으며 내년에는 시험 모듈을 궤도에 올릴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이런 구상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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