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Z세대 시위' 지도자, 신생정당과 손잡고 차기 총리 노려

입력 2025-12-30 11:09
네팔 'Z세대 시위' 지도자, 신생정당과 손잡고 차기 총리 노려

발렌 카트만두 시장, 국민독립당 합류…기존 정당은 '긴장 속 평가절하'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네팔에서 지난 9월 이른바 Z세대 시위를 이끈 래퍼 출신 정치인이 신생정당과 정치연합을 구축, 내년 3월 총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30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수도 카트만두 최초의 무소속 시장으로 선출돼 지금까지 시장직을 수행 중인 발렌드라 샤(35·일명 발렌)가 최근 신생정당 국민독립당(RSP)에 합류했다.

중도 성향의 RSP 총재는 라비 라미차네(48)라는 인물이다.

그는 TV 프로그램 진행자로 있으면서 반부패 운동을 벌여 인기를 얻어오다가 2022년 총선을 앞두고 TV 프로그램 진행자를 그만두고 RSP를 창당,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내년 3월 5일 총선 승리를 위해 힘을 합치고 총선에서 승리하면 발렌이 총리를 맡고, 라미차네는 RSP 총재직에 그대로 머물기로 합의했다고 RSP 관계자들은 밝혔다.

발렌 시장과 라미차네 총재는 지난 9월 만연한 부패에 반대해 거리로 쏟아져나온 Z세대의 시위에서 제기된 다양한 사회 문제의 해법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는 네팔 정부가 유튜브 등 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소셜미디어(SNS)를 차단한 데 따른 반발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고, 시위 과정에서 77명이 숨지고 K.P. 샤르마 올리 총리가 사퇴했다.

발렌과 RSP의 이번 합의와 관련, 현지 정치 비평가 비핀 아디카리는 로이터에 "RSP가 발렌과 그의 젊은 지지자들을 받아들인 것은 매우 영리하고 전략적인 조치"라며 "기존 정당들은 RSP에 젊은 유권자들을 빼앗길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내년 3월 총선 유권자는 전체 국민 3천만여명 가운데 약 1천900만명이라며 지난 9월 시위 이후 유권자로 편입된 이들은 약 100만명으로 이들 대부분이 젊은이들이라고 말했다.

발렌은 시위 지도자로 활동한 이후 대중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아왔고, 내년 총선을 실시할 과도정부 수립도 도왔다.

다만 일부 비판자들은 발렌이 시위 기간에 공개적으로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SNS 활동만 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네팔에선 좌파 성향인 통합마르크스레닌주의 네팔공산당(CPN-UML)과 중도성향 네팔회의당(NC)이 최근 30년의 대부분 시기에 권력을 공유해왔다.

기존 정당들은 표면적으로는 발렌의 움직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평가절하하는 입장을 보였다.

프라카시 샤란 마하트 NC 대변인은 로이터에 발렌과 라미차네는 "논란이 있는" 지도자들이라며 이들의 연합은 총선에서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마하트 대변인은 "그들의 연합으로 이변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며 "사람들은 오래되고 경험 많은 정당들을 여전히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각책임제인 네팔에선 총리가 실권을 쥐고 대통령은 의전상 국가원수직을 수행한다.

올리 전 총리가 이끈 CPN-UML 및 NC 좌파 연립정부는 부패를 척결하고 경제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오다가 Z세대 시위로 무너졌다.

네팔은 239년 동안 지속된 왕정을 폐지하고 2008년 연방공화국이 됐다. 이후 지금까지 14차례나 총리가 바뀔 만큼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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