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문가 "북한 Su-25 공격기 빌려 우크라전에 쓰자" 제안
정밀유도탄 사용 가능…기존 러 보유 Su-25와 함께 운영
러 자체 추진 Su-25 현대화 계획 효과성 의구심 와중에 제시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러시아의 군사분석가가 북한의 수호이-25(Su-25) 공격기를 빌려서 우크라이나전에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를 공개로 내놨다고 미국의 군사 전문 온라인매체 '디펜스 블로그'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 군수산업과 핵무기에 정통한 러시아 전문가 블라디미르 흐루스탈레프는 북한 공군 창설 80주년 기념 행사에서 공개된 무기 배열을 언급하며 이런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이 행사를 개최했으며, 행사 이틀 후에 관영매체 보도를 통해 이를 공개했다.
당시 북한 공군은 Su-25 공격기에 독일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타우러스' KEPD 350과 유사한 외형의 미사일을 장착했다.
흐루스탈레프는 북한 최초의 장거리 공대지미사일로 추정되는 이 미사일이 비(非)유도 로켓보다 사거리가 더 길고 정확성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전시한 무기 조합을 이용하면 접촉선 상의 표적과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위치한 표적에 대한 공격이 가능하며 방공 체계에 대한 노출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표적 무력화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항공기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흐루스탈레프는 러시아가 Su-25를 북한으로부터 임차해 전투에 배치하는 것이 현실적 선택지라고 주장하면서, 전투용 항공기 임차와 외국 조종사를 타국 공군에 일시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확립된 관행이며 그에 따른 보상과 보험 체계도 잘 갖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와 북한이 이런 합의를 체결할 경우 양국이 모두 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위험이 크지 않으리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방공망 작동 반경 밖에서 정밀유도무기를 사용하면 조종사의 위험 노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 대가로 북한은 재정적 보상, 전투 경험, 조종사 비행 시간을 얻을 수 있으며 항공기 기체 정비도 받을 수 있게 된다.
흐루스탈레프는 만약 북한군의 Su-25가 전투 중 손실될 경우 러시아가 자체 보유 중인 Su-25 전투기를 이전해줌으로써 보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북한으로부터 Su-25 전투기를 빌려서 운용 대수를 늘리고, 비유도 로켓 대신 정밀유도탄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로 인해 타격 대상을 늘릴 수 있으며, 연료 사용 효율, 기지 수용 능력, 예비 부품 물류 체계도 개선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흐루스탈레프는 북한이 개발해 Su-25에 탑재한 신형 순항 미사일에 대한 분석을 소개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Su-25 한 대에 이 미사일 두 발을 장착할 수 있다.
사거리는 100∼150km로 추정되며 어쩌면 250∼300km에 이를 수도 있다.
흐루스탈레프는 또 이란의 가엠-114를 닮은 소형 유도 미사일들을 거론하면서, 이 미사일들의 유도 비행 사거리가 10km 이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인기를 표적 지시 장치로 활용해 레이저 유도 무기를 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비교 사례로 소련 말기인 1986년에 배치된 크라스노폴 레이저 유도 포탄을 들었다.
그는 또 이종 플랫폼간 호환이 가능한 레이저 표적 지시 기술이 1980년대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공군에서 사용됐으며 1991년부터 전투에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흐루스탈레프는 또한 이란이 가엠-114 미사일에 '일단 쏜 후엔 잊어도 되는'(fire-and-forget) 유도 기능, 즉 미사일이 일단 표적을 포착하면 발사 후 자체적으로 표적을 향해 날아가는 기능을 추가한 변종을 개발했다면서, 민감한 군사 분야에서 이란과 수십 년간 상호협력해 온 북한도 유사한 시스템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비유도 폭탄에 장착하기 위한 러시아제 유도 키트가 북한 Su-25 전투기에 적용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유도 모듈이 장착된 활공 폭탄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통해 북한 Su-25 전투기가 전통적인 로켓 공격에 그치지 않고 유도형 FAB-500급 탄약을 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흐루스탈레프의 이런 아이디어 제안은 러시아가 자체적으로 추진해 온 Su-25 기종 현대화 계획에 따른 'Su-25SM3'의 효과성에 관한 의구심이 자국 내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고 디펜스 블로그는 전했다.
이 매체의 설명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투 경험을 통해 Su-25SM3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 기종이 정밀유도무기 운용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으며, 밀집된 현대식 방공망이 구축된 환경에서는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점진적인 항공전자 장비 업그레이드를 통한 추가 현대화가 현재의 작전 및 산업 환경 하에서는 실현 불가능함이 입증됐으며, 현대 전장 요구사항에 대한 Su-25SM3의 적응성이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디펜스 블로그는 전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2024년 6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후 광범위한 분야에서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전에 파병해 사실상 동맹관계를 과시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전 개입으로 직접적인 현대전 경험을 쌓고 지원의 대가로 러시아의 군사기술을 이전받을 가능성을 주목한다.
solatid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