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올랐나' 국제 금·은값 급락세 전환
최고가 대비 5%, 14% '뚝'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던 국제 금·은값이 급락세로 전환했다. 가격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수요가 몰린 여파로 분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제 금 현물은 한국 시간 30일 오전 9시25분 현재 온스당 4천345.77달러에 거래돼 27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4천549.92달러)와 비교해 4.5% 떨어졌다.
같은 시간 은 현물은 온스당 72.6678달러를 기록해 전날 달성한 최고가(84.0075달러) 대비 13.5% 급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증가하고 주요 거래소가 증거금을 상향 조정한 여파가 악재로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26일 공지에서 금과 은 등 주요 금속의 선물 계약 증거금을 29일 이후 올리겠다고 밝혔다. 증거금이 인상되면 레버리지(차입금)를 활용한 포지션 유지 비용이 늘어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 및 자금 회수에 나설 공산이 커진다.
미국 자산운용사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츠의 러샤브 아민 멀티에셋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상황은 투기적 과열 이후 나타나는 전형적 '단기 급락'이라기보다는 매우 강한 조정 국면에 진입한 것에 해당한다"고 평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급락세가 금·은 호황이 너무 빨리, 너무 급하게 진행됐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실제 기술적 지표도 금·은 매도가 대세임을 보여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2주 동안 금의 '14일 상대강도지수'(RSI)는 줄곧 '과매수' 구간에 머물러 있었다.
RSI는 매수와 매도의 강도를 측정해 시장의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로, 전문가들은 이 상황이 가파른 랠리 이후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후퇴 현상으로 풀이한다.
은 시장 양상은 비슷하지만, 더 극적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은값은 이달 중순 이후에만 무려 25% 넘게 급등했고 이 과정에서 RSI는 70선을 훨씬 웃돌았다.
통상 RSI가 70 이상이면 이는 단기적으로 너무 많은 투자자가 몰린 '과매수' 상태를 뜻하며, 이는 가격 조정이 곧 나타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올해 들어 금과 은 가격은 각각 70%와 180% 이상 올랐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정학적 긴장 고조, 약달러 우려, 투자·산업 수요 확대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특히 은의 경우 중국의 투자 수요 증대,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자금 유입, 금·은 가격 비 등을 중요한 투자 판단 근거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은 가격 비는 금이 은 가격의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이 비율이 높으면 은이 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매수 가치가 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올해 초 금·은 가격 비는 100대1(금이 은 가격의 100배) 이상이었는데, 이달 29일 이 수치는 61대1까지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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