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이번주 안보리 이사국 2년 임기종료…외교지평 확대 평가

입력 2025-12-29 07:07
韓, 이번주 안보리 이사국 2년 임기종료…외교지평 확대 평가

세계평화 일차 책임 유엔 핵심기구…임기중 80여건 결의 도출

유엔인사들 지난 9월 韓개최한 'AI와 안보' 고위급 토의 높이 평가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국제 안보 현안의 최고 결정기구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선출직 이사국인 한국이 오는 31일(현지시간)을 끝으로 2년 임기를 종료한다.

27일 유엔본부에 따르면 안보리는 오는 29일 공식 회의를 열어 테러행위에 의한 국제평화·안보의 위협을 의제로 논의한다.

이 회의에서는 이달 31일 만료되는 안보리 산하 대테러사무국(CTED)의 임기를 연장하는 안을 표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리는 이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상황, 중동 상황 등을 의제로 공식 회의를 연다.

현재 계획된 일정 기준으로는 29일 회의가 한국이 이번 임기 이사국 자격으로 참석하는 마지막 안보리 공식회의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국제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30∼31일 중 긴급회의 일정이 추가로 잡힐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안보리는 전 세계 평화·안전 유지에 일차적 책임을 지는 유엔의 핵심기구다. 유엔 기구 중 유일하게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상임이사국 5개국(미·중·러·영·프)과 비상임 이사국 10개국(E10)으로 구성되며 비상임 이사국 10개국은 임기 2년으로 매년 5개국씩 유엔총회에서 선출된다.

한국은 2024∼2025년 임기의 비상임 이사국에 선출됐으며 미 동부시간 기준 이달 31일 자정(한국시간 2026년 1월 1일 오후 2시)을 기해 이사국 임기를 마무리한다.

한국의 유엔 안보리 이사국 활동은 1996∼1997년과 2013∼2014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안보리 이사국은 안보리 회의 발언, 투표, 결의안 제출 등 권한을 보유한다.

15개국이 매달 돌아가면서 맡는 의장국이 되면 각종 공식 회의는 물론 비공식 협의를 주재하며, 다른 유엔 회원국과 유엔 기관들에 대해 안보리를 대표하는 권한을 가진다.

한국은 지난해 6월 안보리 의장국 수임 기간 '사이버공간 내 위협과 국제 평화 안보'를 의제로 한 공개토의를 대표 행사로 개최한 데 이어 지난 9월 안보리 의장국 수행 기간엔 대표행사로 '인공지능(AI)과 국제 평화·안보' 주제의 고위급 공개토의를 열었다.

지난 9월 당시 유엔총회 연설을 위해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안보리 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한국의 이번 안보리 이사국 수임은 한국이 국제 외교무대에서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 분쟁과 안보 이슈에 한국의 목소리를 주도적으로 내며 외교관계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이번 이사국 임기 중 예멘 및 수단 관련 제재위원회의 의장국을 맡았고,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워킹그룹의 의장국 역할을 맡았다.

제재위원회 의장국은 안보리 제재 결의의 이행을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점에서 이해 당사국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안보리는 거부권을 지닌 5개 상임이사국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최근 미국 등 서방 상임이사국과 러시아·중국 등 비서방 상임이사국의 갈등·대립으로 안보리가 주요 국제 현안에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 분쟁·갈등 현안을 둘러싼 '외교 전쟁터'나 다름없는 안보리에서 상임이사국 간 대치는 역설적으로 한국과 같은 비상임 이사국의 활동 공간이 넓어지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한국은 이사국 임기 초반이었던 지난해 4월 안보리 회의에서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두고 기존 입장을 바꿔 찬성표를 행사했는데, 이 같은 한국의 입장 변화 이후 한국을 대하는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말이 외교가에서 나오기도 했다. 당시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유엔 회원국 44개국은 한국 주도로 온라인 스캠(사기) 등 기술을 이용한 인신매매 증가에 우려를 표하는 공동성명을 냈는데, 이는 일차적으로는 사안의 중대성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그만큼 국제 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의제 주도 역량이 커졌음을 반영하는 일이기도 했다. 당시 44개국을 대표한 성명서 발표는 차지훈 주유엔 대사가 했다.

안보리 이사국 수임은 한국이 북핵 및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해 국제사회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안보리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군사 정찰위성 발사 시험 등 안보리 제재를 위반한 도발 행위와 관련해 여러 차례 공식회의를 소집했고, 한국은 이해 당사국이 아닌 안보리 이사국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도발 행위에 규탄의 목소리를 내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이란 핵문제 등 중동 이슈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수단 내전 등 분쟁 상황 대응은 2024∼2025년 안보리 임기 기간 핵심 의제 사안으로 꼽힌다.



외교부에 따르면 12월 21일 기준으로 한국의 이번 이사국 임기 도중 안보리는 총 87건의 결의를 도출했다.

이경철 외교부 유엔 안보리 담당 고위대표(정부대표)가 지난 15∼18일 미국 뉴욕을 방문해 유엔 내 주요 인사들과 면담한 결과, 유엔 주요 인사들은 "한국이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중동·아프리카, 유럽, 아시아태평양 등 세계 각 지역 분쟁상황 대처 및 평화유지·평화구축, 비확산, 대테러와 같은 글로벌 현안 대응 등 안보리 기능 수행에서 실질적·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특히 지난 9월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AI와 국제평화·안보를 주제로 한 고위급 공개토의를 주재한 게 "AI의 기술 영역을 넘어선 국제안보적 측면을 일깨우고 국제사회 공동의 지향점을 모색하는 데 큰 의의를 부여했다"라고 평가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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