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올해 금·은·달러 쓸어담았다…최대 기록 속출
5대은행 올해 골드바·실버바·금통장 역대최대…작년의 38배도
전문가들 "추격매수보다 헤지용 접근 필요…새해 채권·주식 더 유망"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임지우 기자 = 올 한 해 개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자산에 역대급 규모로 투자에 몰두했다.
연초에는 일시적 토지거래허가 해제를 틈타 부동산을 사들이다가 잇단 규제로 막히자 국내외 주식으로 눈을 돌렸고, 통상 환경과 국내외 금리 향방에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금·은·달러 등 이른바 '안전 자산'도 쓸어 담았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뛰면서 '돈을 놀리면 벼락 거지를 면하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 골드·실버바 판매액, 작년의 4배·38배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들어 이달 24일까지 골드바 6천779억7천400만원어치를 팔았다.
이는 통계가 존재하는 2020년 이후 가장 많을 뿐 아니라, 2024년 연간 판매액(1천654억4천200만원)의 4배를 웃도는 규모다.
판매 중량 기록을 제공하지 않는 NH농협을 제외한 4대 은행에서 팔린 골드바는 모두 3천745㎏으로, 역시 최대 기록이다. 1년 사이 2.7배로 뛰었다.
골드바뿐 아니라 은값도 급등하면서 실버바까지 품귀 현상을 겪었다.
실버바를 취급하지 않는 하나은행을 뺀 나머지 4대 은행의 올해 실버바 판매 금액(306억8천만원)도 은행권 시계열상 가장 많았다. 지난해(7억9천900만원)의 38배에 이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골드·실버바 구매 주체를 정밀하게 구분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개인 투자자로 봐야 한다"며 "입행 이래 올해처럼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금과 은을 많이 사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금을 예금처럼 저축해두는 골드뱅킹(금통장) 실적도 올해 기록을 새로 썼다.
신한은행 '골드리슈' 상품의 경우 24일 현재 총 18만7천859개 계좌에 금 가치와 연동된 1조2천979억원의 잔액이 예치된 상태다. 계좌 수와 잔액 모두 신한은행이 지난 2003년 이 상품을 내놓은 이래 가장 많다.
작년 말(5천493억원·16만5천276계좌)과 비교하면 잔액은 2.4배로 불고 계좌수도 14%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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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골드바 연도별 판매 추이(단위:㎏, 백만원) │
│※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자료 취합(농협은 중량 자료 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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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 │판매중량│판매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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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 2,560│ 18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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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 3,126│ 25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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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 1,792│7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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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 1,398│6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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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 1,412│ 16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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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4까지) │ 3,745│ 677,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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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실버바 연도별 판매 추이(단위:㎏, 백만원) │
│ ※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 자료 취합(하나은행 미취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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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 │판매중량│판매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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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 1,936│ 1,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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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 314│ 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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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 147│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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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 477│ 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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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 412│ 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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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4까지) │ 9,516│30,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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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 달러예금 잔액 4년만에 최대…창구서 100달러 소진 사태까지
원/달러 환율이 연중 내내 1,400원대를 웃돌면서 달러도 대체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았다.
5대 은행의 개인 달러 예금 잔액은 24일 현재 127억3천만달러에 이른다. 작년 말보다 9억1천700만달러 불어 2021년 말(146억5천300만달러) 이후 4년 만에 최대 기록을 세웠다.
지난 24일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과 함께 원/달러 환율이 30원 이상 급락하자 서울 강남지역 하나은행 지점 한 곳에서는 100달러 지폐가 소진되기도 했다. '달러가 쌀 때 사두자'는 개인투자자들의 환전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이날 실제로 대부분의 은행에서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환전이 급증했다.
A 은행에서는 당일 7천295건, 1천400만달러어치의 환전(원화→달러)이 이뤄졌는데, 23일(3천630건·600만달러)과 비교해 하루 사이 수요가 두 배로 치솟은 셈이다.
B 은행에서도 같은 날 투자자들은 6천768건의 환전을 통해 1천531만달러를 사 갔다. 전일 환전액(563만달러)의 거의 3배에 이른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환율이 떨어지면 유학생 가정 등에서 안심하는 정도 영향이 있었는데, 요즘 개인들은 투자 과점에서 적극적으로 달러 매입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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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달러예금 잔액 연도별 추이(단위:백만 달러)│
│※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자료 취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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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 │ 개인 │ 기업 │ 합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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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10,478│ 23,377│ 3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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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14,653│ 44,118│ 58,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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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12,363│ 61,828│ 74,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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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12,250│ 49,667│ 6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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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11,813│ 51,319│ 6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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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24까지) │12,730│ 50,463│ 6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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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산전문가 "달러, 전체 자산의 10∼20% 비중 바람직"
새해에도 계속 금·은·달러를 공격적으로 사들이는 전략이 유효한지 묻자, 전문가들은 대체로 신중한 투자를 권했다.
안지은 하나은행 보라매금융센터지점 VIP PB부장은 "올해 달러·금·은 가격 강세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 안전자산 선호 확대, (금·은) 산업적 수요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가격이 최고 수준일수록 변동성도 커지는 만큼, 달러·금·은 투자 비중은 헤지(위험 분산)용 정도로 유지하면서 다른 보유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흥두 KB국민은행 서울숲PB센터장도 "성탄절에 앞서 정부가 세제 혜택 등을 발표하면서 환율이 급락했는데, 정부 차원에서 앞으로도 환율 관리가 이어질 것"이라며 "투자 목적으로 달러를 사는 것은 좋은 대안이 아니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달러의 약세를 키운다는 점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은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조가 유지될 경우 지금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금과 비교해 은의 경우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차익 매물이나 가격 조정에 더 신경을 써서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권했다.
이진영 신한 프리미어(Premier) 패밀리오피스 반포센터 PB팀장은 "달러 자산은 단기 환차익을 노리기보다 통화 분산의 장기 전략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률이 미국보다 낮게 유지되거나, 미국의 생산성 개선이 이어질 경우 원화 약세가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전체 자산의 10∼20% 수준에서 달러 비중을 관리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새해 유망 투자처로는 채권·주식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KB 이 센터장은 "내년 금융 시장은 현재 추세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며 "금·은·달러의 대안을 제시하자면 세제 혜택과 실적 개선 기대에 영향을 받는 국내 주식, 최근 가파르게 오른 금리에 투자 매력이 커진 채권 등으로 일정 부분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반도체 관련 섹터, 배당 성향이 높은 섹터의 투자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 부장은 "공격·적극적 성향의 투자자라면, S&P500이나 코스피200 등 인덱스(지수 관련 투자상품), 인공지능(AI)·반도체 업종, 고배당주 관련 펀드 등을 권한다"며 "위험 중립적이거나 안정적 성향 투자자의 경우 기초자산(개별 주식·코스피200 등)의 변동률에 따라 일정한 이익을 얻으면서 원금은 보장받을 수 있는 ELB(주가연계형 파생결합사채), DLB(파생결합사채) 또는 우리나라 국채 매수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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