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대 계약 줄줄이 해지…K-배터리 악재, 도미노 되나

입력 2025-12-26 17:11
수조원대 계약 줄줄이 해지…K-배터리 악재, 도미노 되나

LG엔솔, 이달에만 13.9조원 계약 해지…고객사 전동화 전략 변동에 직격탄

짙어지는 캐즘 그림자…국내 배터리 업계, ESS·유럽 고객사 공략으로 대응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이 포드와 9조6천억원 규모의 계약을 해지한 데 이어 미국 FBPS(Freudenberg Battery Power Systems)과도 약 4조원의 계약을 취소했다.

이달에만 수조원대 계약 해지가 잇따르면서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인한 '도미노' 여파를 향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우려가 짙어지는 모양새다.



26일 LG에너지솔루션의 추가 계약 해지가 공시되자 국내 배터리 업계는 고객사들의 전동화 전략 변경에 따른 연쇄적인 계약 해지 리스크에 대비하고 나섰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FBPS와 3조9천217억원 규모의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계약 규모의 약 96%로 사실상 전체 계약이 해지된 것과 다름없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7일 미국 포드와도 약 9조6천억원 규모의 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이달에만 약 13조6천억원의 계약이 날아갔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캐즘으로 북미 완성차 고객사들의 전동화 전략 변동이 계속되며 리스크가 커질까 우려하고 있다.

이번 계약 해지 역시 FBPS의 배터리 사업 철수 때문이다. 당초 FBPS는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 모듈을 팩으로 조립한 뒤 대형 버스, 전기트럭 등 북미 주요 상용차 업체에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전기차 캐즘으로 배터리 사업을 접기로 했다.

K배터리 3사 중 가장 '형님' 격인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캐즘의 직격탄을 가장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국내 배터리 업계는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은 물론 생산능력, 고객사 및 수주 물량이 삼성SDI, SK온과 비교해 훨씬 크다. 캐즘에 따른 타격도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계약 해지로 인한 재무적 타격은 없다고 강조했다. 기존 생산 라인에서 제작할 수 있는 '표준화된 배터리 모듈'을 공급하는 계약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수주 잔고 감소는 불가피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저장장치(ESS) 물량과 새로운 고객사 수주 확보로 만회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SDI와 SK온도 고객사들의 전동화 전략 변동 사항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SK온은 지난 11일 포드와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의 구조를 재편, 테네시 공장을 SK온이 운영하고 포드가 켄터키 1·2공장을 운영하기로 하는 등 합작 체제를 종료했다.

향후 단독 공장 체제에서는 여러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 동시 대응하며 운영 효율화와 재무 구조 개선에 나서기로 하는 등 캐즘 극복을 위한 체질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북미 지역의 중장기 수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럽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럽 시장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20∼30%대의 견조한 성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유럽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은 넘어야 할 과제다. 시장조사 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 합계는 35%로 2024년 말 기준 대비 10%P(포인트)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가 전동화 전략을 바꿀 때마다 계약 해지 위험이 계속 있을 것"이라며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는 ESS 시장과 유럽 완성차 업체를 공략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ak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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