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28일 총선 1차 투표 실시…군부 쿠데타 4년 10개월만

입력 2025-12-26 12:16
미얀마, 28일 총선 1차 투표 실시…군부 쿠데타 4년 10개월만

내년 1월 11·25일 2∼3차 투표…친군부 정당 후보 20% 차지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미얀마에서 민주화 지도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끌던 정부가 쿠데타로 축출된 지 4년 10개월 만에 총선이 실시된다.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사정권은 이번 선거가 민간 정부로 복귀하는 전환점이라고 강조하지만, 친군부 정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돼 군부의 영구 집권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가 관리하는 연방선거관리위원회(UEC)는 오는 28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3차례에 걸쳐 총선을 치른다.

28일 전국 330개 행정구역(타운십) 가운데 102곳에서 1차 투표를 진행하며 내년 1월 11일 100곳, 같은 달 25일 63곳에서 2∼3차 투표가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나머지 65곳은 내전이 격화 중인 탓에 향후 투표가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선거에는 4천963명이 후보자로 등록했으며 전국적으로 6개 정당이 경쟁한다. 이 가운데 친군부 정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 소속 후보가 1천18명으로 전체 출마자의 20%가량을 차지했다.

양원제인 미얀마 연방의회는 모두 664석이며 하원 440석, 상원 224석으로 구성된다.

군정이 2008년 만든 헌법에 따라 전체 의석 가운데 25%인 166석은 군 최고사령관이 임명한 현역 군인에게 배정되고, 나머지 498석만 선거로 뽑는다.

총선이 끝나면 60일 안에 의회 간접 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한다.

미얀마 군정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최근 "다가오는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미얀마의 강력한 군대와 협력할 수 있는 후보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를 군부가 권력을 계속 유지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정치 전문가들도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총선 이후 대통령이나 군 최고사령관 지위를 유지하며 사실상 권력을 계속 장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여전히 내전 중인 미얀마에서 안정적인 행정부를 수립하려는 목표는 비현실적이며 민간 정부라는 외피만 씌운 군부가 국제사회에서 많은 지지를 받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크라이시스그룹의 리처드 호시 수석 고문은 "군부의 간접 통치가 재현된다고 해도 무장 갈등이나 시민 저항을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미얀마는 계속 위기에 빠져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얀마 민주 진영과 미국 등 서방국은 군정 주도 선거는 군부 통치를 장기화하기 위한 꼼수라며 반대해왔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최근 "미얀마 군정은 잔혹한 폭력을 동원해 국민에게 투표를 강요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체포하는 행위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얀마 군부는 수치 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둔 2020년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2월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인권단체 국제엠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군부는 쿠데타 이후 6천명 넘게 살해하고 2만명 넘게 임의로 구금했다.

수치 고문도 2022년 군정 법원에서 부패 등 혐의로 징역 33년을 선고받았고, 이후 일부 사면이 이뤄져 형량이 27년으로 다소 줄었다.

군정은 수치 고문을 독방에 가두고 변호인 접견도 금지하는 등 외부 접촉을 철저히 차단해왔다.

수치 고문이 1988년 민주화 항쟁 당시 야권 인사들과 창당한 NLD는 2023년 사실상 군정에 의해 해산됐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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