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전망] 적극재정·초혁신으로 2% 성장 내다본다…환율·부동산 난제
AI 전폭 지원·첨단산업 규제 완화…K뷰티 수출·외국인 투자 확대 모색
집값 안정 위해 내달 공급 대책 발표…양극화·청년 고용 해법 찾아야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2026년 한국 경제는 주요 산업 분야의 혁신을 통해 잠재 성장률 반등을 모색한다.
정부는 적극적 재정과 핵심 산업에 대한 전폭적 지원 및 규제 완화로 성장 동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서학개미' 증가 속에 고공 행진 중인 원/달러 환율은 내년 경제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고 양극화의 폐해를 줄이는 것도 과제다.
◇ 역성장 충격 뒤로 하고 2%대 반등 모색
한국 경제는 작년 2분기 -0.2% 역성장에 이어 3분기와 4분기 각각 0.1%로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올해 1분기에는 계엄 후폭풍에 성장률이 다시 -0.2%로 떨어지는 등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이후 2분기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7%로 올라섰고 3분기에 1.3%를 기록하며 비로소 0%대를 벗어났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이 1.0%, 내년이 1.8%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1.0%, 내년 2.1%가 될 것이라며 조금 더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내년 성장률 2%대를 내다보며 경제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16일 열린 이재명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1.8%+α'를 성장률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치고 소비·투자·수출 등에서 맞춤형 활성화 대책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 AI대전환·선도사업으로 신산업 개척…규제 풀고 외국인 투자 확대
성장을 가속할 수단으로는 인공지능(AI) 대전환과 15가지 선도 사업을 중심으로 한 초혁신경제 전략이 꼽힌다.
정부는 AI와 로봇, 자동차, 선박을 결합한 피지컬 AI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해 신산업을 개척하도록 연구개발(R&D), 실증, 금융, 규제 완화 등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차세대 전력반도체와 그래핀 등 첨단소재·부품 산업의 실증 혹은 상용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고 K뷰티, K식품 산업의 추출 확대를 꾀한다.
현재 100%로 묶여 있는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지분율 규정을 첨단 산업에 한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50%로 완화하고 금융리스업 금지 규정을 일부 풀어 반도체 등 선도 산업 운신의 폭을 확대한다.
정부는 내년 4월 예정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계기로 외국인 투자가 확대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도 추진해 한국을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각할 계획이다.
◇ 환율 난제에 당국 총력 대응…"한미 금리차는 줄어들 것"
새해를 앞두고 환율이 난제로 부상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23일 장중 1,484.3원까지 오르며 4월 9일 기록한 장중 고가 1,487.6원에 바짝 접근했다.
환율이 높아지면서 실물 경제에 가해지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원화 기준 141.82(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2% 올라 작년 3월(3.4%)에 이어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품 대금 지불 수단으로 약정한 계약통화를 기준으로 본 수입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4% 하락했는데 원화 기준으로는 오른 것이다. 달러 기준 수입물가지수도 2.3% 낮아져 계약통화 기준과 비슷한 상황이다. 수입 물가는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당국은 환율 안정을 위해 가용한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국민연금·한국은행은 4자 협의체를 구성해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이 시장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적절하게 관리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정부는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에 1년간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20%)를 1년간 비과세하는 등 '서학개미'를 '동학개미'로 전환하기 위한 유인책을 내걸었다.
또 은행이 달러를 풀도록 외화 수요 대응력을 평가하는 고도화된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의 감독상 조치를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으며 외국인이 손쉽게 코스피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한다.
24일에는 김재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이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난 1∼2주에 걸쳐 일련의 회의를 개최하고, 각 부처 및 기관별로 담당 조치를 발표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상황을 정비한 과정이었음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메시지를 발표했다.
강도 높은 구두 개입 등에 힘입어 원/달러 환율의 24일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33.8원 낮은 1,449.8원까지 떨어졌다.
이날 환율은 한 때 1,449.3원까지 내려가는 등 2022년 11월 11일에 이어 3년 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는 환율 상승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한미 금리 격차가 시간이 지나면 줄어들 것이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오철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금리를 낮출 사람을 새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지명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미 금리 격차는 시간이 지나면 완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한국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2천억달러 현금 투자와 1천500억달러 규모 조선 협력 투자를 하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기업이 보유한 달러를 시중에 선뜻 내놓지는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 경제의 기초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환율을 잡으려고 정부와 한은이 외환을 소진하는 바람에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됐다"며 환율이 오르는 것보다 무리한 개입이 더 큰 문제를 부를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 대통령도 "대책 없다" 토로한 집값 문제…양극화 극복은 숙제
주택 가격은 상승은 정부가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6·27 대책, 서울·수도권에 2030년까지 5년간 135만호의 신규 주택을 착공하는 9·7 대책,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규제하는 10·15 대책 등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난달 서울 민간아파트 3.3㎡(1평)당 분양가격이 처음으로 5천만원을 넘는 등 좀처럼 주택 가격은 안정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제가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때문에 요새 욕을 많이 먹는 편인데, 보니까 대책이 없다"며 "구조적 요인이라 있는 지혜, 없는 지혜 다 짜내고 주변의 모든 정책 역량을 동원해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보다 긴 시간 동안 국토 균형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는데 결국 공급량을 확보하고 집값 상승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은 단시간에 이루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올해 1~10월 전국 주택건설 착공 누적 실적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6% 쪼그라든 수준이다. 착공이 미래의 공급을 내다보는 지표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 상황은 녹록하지 않은 셈이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를 조만간 마무리하고 내년 초 부동산 공급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저소득층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양극화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것도 숙제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중산층에 해당하는 소득 3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은 5천805만원으로, 1년 전보다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7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작년에 소득 상하위 20% 가구 간 평균 소득 격차가 11.2배, 근로소득 격차가 30배 수준에 달하는 등 양극화가 심해지는 가운데 허리 역할을 할 중산층의 기반도 약해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품목을 관리하도록 차관급 물가안정 책임관을 10명 이상 지정할 계획이다. 최근 유류세 인하와 자동차 개소세 인하를 각각 2개월, 6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비경제활동 인구 중 한 부류인 '쉬었음'에 해당하는 이들이 젊은 층에서 많아지는 가운데 경력과 연령에 적합한 직업 훈련이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해 고용을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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