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군에 "베네수엘라 원유 격리하라" 총력 지시
트럼프 '봉쇄' 용어 사용, 백악관은 비군사적 '격리'로 표현
실제론 인력 부족…제재 대상 선박 마주쳤지만 나포 실패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백악관이 미군에 향후 최소 2개월간 베네수엘라 원유에 대한 '격리' 조치를 시행하는 데에 총력을 쏟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 백악관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군사적 선택지들이 아직 존재하긴 하지만, 초점은 백악관이 추구하는 결과에 이르기 위해 제재를 시행함으로써 일단 경제적 압박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노력들이 마두로(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엄청난 압박을 가했으며, 미국에 상당한 양보를 하지 않는 한 (내년) 1월 말께면 베네수엘라는 경제적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런 설명이 미국 정부가 현재로서는 베네수엘라를 압박하기 위해 직접적 군사행동보다 원유 수출 차단 등 경제적 수단을 활용하는 데에 더 관심이 많다는 점을 나타낸다고 자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월부터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 병력을 집결시키고 마약 운반선들을 공격하는 등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을 상대로 압박을 가하고 있으나, 이를 통해 달성하려는 정확한 목표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그는 11월에 마두로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즉각 사임과 망명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2일에는 마두로가 물러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취재에 응한 백악관 관계자가 군사 용어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봉쇄'(blockade)가 아니라 '격리'(quarantine)라는 표현을 쓴 점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의 용어 사용과 마찬가지로, 비군사적 선택지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베네수엘라를 드나드는 유조선을 막는 일에 대해 '봉쇄'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해안경비대가 베네수엘라로 향하던 제재 대상 유조선 '벨라 1호'를 검문해 나포하려고 시도했으나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실패하고 이 선박이 대서양으로 도주하는 일이 벌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해안경비대는 악천후이던 21일에 바베이도스 근방에서 벨라 1호와 마주쳤으며, 경비대 측은 이 유조선에 경비대원들이 승선할 수 있도록 보다 잔잔한 수역으로 이동하도록 요구했으나 유조선 측은 이에 불응했다.
미군이 헬리콥터에서 특수부대원들을 낙하시켜 승선시키는 등 방법으로 이 유조선을 나포하려면 단 2개밖에 없는 '해양안보대응팀'(MSRT)이라고 불리는 전문가 팀을 동원했어야 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 취재에 응한 취재원 중 한 명은 이 유조선이 베네수엘라 방향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으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취재원 한 명은 해안경비대가 벨라 1호 추격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며 이 선박에 대한 사법적 압수 명령이 내려져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주변 수역을 오가는 유조선들에 대한 검문을 강화해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지난 10일 제재 대상이던 대형 유조선 '더 스키퍼'가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미군의 검문에 걸려 나포됐으며, 지난 20일에는 제재 대상 목록에 등재돼 있지 않은 '센츄리스'라는 선박이 나포됐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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