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대선 정권 교체…트럼프가 밀어준 우파 후보 승리 확정

입력 2025-12-25 11:32
온두라스 대선 정권 교체…트럼프가 밀어준 우파 후보 승리 확정

'친기업 공약' 아스푸라 후보, 투표 한달만에 당선 확정

낙선 정당은 "재검표" 후폭풍…美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압박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온두라스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어주던 우파 후보가 거의 한달이 걸린 개표 끝에 승리를 확정 지으며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온두라스 선거관리위원회(CNE)는 우파 국민당 후보 나스리 아스푸라(67)를 이번 대선의 승자로 발표했다.

CNE는 40.3%의 득표율을 얻은 아스푸라 후보가 39.5%를 받은 중도 살바도르 나스라야(72) 후보를 제치고 승리했다고 밝혔다.

집권 여당의 릭시 몬카다 후보는 19.2%의 득표율을 얻어 큰 차이로 3위를 기록했다.

1·2위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친 가운데 이번 온두라스 대선은 개표 과정에서 기술적 장애, 선거 부정 의혹과 이를 둘러싼 거센 시위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달 30일 대선 투표 이후 개표 과정에서 계속 결론을 내지 못하다가 이날 거의 4주 만에 당선자가 결정됐다.

아스푸라 후보는 자신이 당선자로 발표되자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온두라스여, 나는 통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친기업 정책을 내세운 아스푸라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온두라스 대선을 앞둔 지난달 26일 나스라야 후보와 좌파 집권당 몬카다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난 온두라스 국민이 아스푸라를 대통령으로 선출하기를 바란다"라고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보냈다.

이어 아스푸라 후보가 승리하지 못하면 온두라스에 대한 미국의 재정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는 압박까지 가했다.

이날 아스푸라 후보가 당선자로 확정되자 미국은 환영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모든 당사자가 확정된 결과를 존중하고 온두라스 당국이 아스푸라 당선자에게 신속히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집권 여당인 좌파 자유재건당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스푸라 후보 지지를 '외압'이라고 비판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선언이 선거 개입 행위였으며 투표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은 지난 9일 "(우리 당) 릭시 몬카다 후보에게 투표할 경우 그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고 우리 국민을 위협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한 바 있다.



선관위의 당선자 확정 발표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외압 등 이번 대선을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2위 나스라야 후보는 선관위 발표 후에도 엑스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전면 재검표를 요구하는 글을 계속해서 올리고 있다.

그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온두라스에서 당신이 지지한 후보는 우리 국민의 표를 묵살하는 데 가담하고 있다"며 "그가 진정으로 당신의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고 결백하며 두려운 것이 없다면 왜 모든 표를 집계하도록 허용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집권 여당 소속 루이스 레돈도 국회의장도 엑스를 통해 이날 선관위 발표를 "선거 쿠데타"라고 주장하며 "이는 완전히 법을 벗어난 행위이고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주장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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