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해저케이블 훼손 선박, 대만 밀수범들이 통제"…현상수배
"대만, 밀수 범죄 묵인하고 정치적 조작"…대만 "국경 초월한 탄압"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중국 당국이 올해 2월 대만 해저 케이블 훼손 사건과 관련된 선박을 대만인 밀수범들이 통제했던 것이라고 주장하며 현상금을 걸고 공개수배에 나섰다.
대만 당국은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국경을 초월해 탄압한다며 반발했다.
24일 중국중앙TV(CCTV)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동부 산둥성의 웨이하이 공안국은 이날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대만 국적의 밀수 범죄조직 주범 2명에 대한 '현상수배 공지'를 발표했다.
공안국은 이들이 올해 2월 발생한 대만-펑후(澎湖) 제3해저 케이블 절단 사건을 일으킨 화물선 '훙타이(宏泰)-58'호를 포함한 여러 척의 선박을 운용하며 오랜 기간 중국 본토로 냉동식품을 밀수해왔다고 주장했다.
당시 대만 해안경찰은 통신사업자 중화텔레콤(CHT)으로부터 제3 해저케이블이 끊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훙타이-58호를 나포했다.
훙타이-58호는 서아프리카 토고에 등록된 선박이지만, 선박에 있던 선원 전원은 중국 국적으로 확인됐다.
이후 대만 법원은 통신관리법 위반 혐의로 중국 국적인 선장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고의로 지그재그로 항행하며 케이블을 훼손한 혐의가 적용됐다.
중국 당국의 이번 발표는 대만 해역에서의 케이블 훼손이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실제 무력 충돌·전쟁으로 확대되지 않을 정도의 저강도 도발로 안보 목표를 이루려는 군사 행동)의 일환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
중국 공안국은 훙타이-58호 선원 면담을 통해 이 선박을 대만인 밀수업자들이 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공안국은 현상수배가 걸린 대만인 남성 2명이 2014년에 이미 폐기물 밀수 혐의로 중국 세관 당국의 수배 명단에도 올라 있었다며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했다.
검거에 기여한 사람에게는 포상금 5만위안(약 1천50만원)에서 25만위안(약 5천200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펑칭언 대변인은 이날 "대만 당국이 밀수 범죄를 묵인하며 이를 오히려 이용해 정치적 조작을 하고 양안 관계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MAC)는 "중국 공산당은 대만에 대해 관할권을 갖고 있지 않다"라면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이름을 공개하고 현상금을 공개하는 것은 문명적인 방식이 아니다"라며 "이는 국경을 초월한 탄압이자 정치적 조작의 또 다른 사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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